[사설]무역수지 적자 `발등의 불`

 우리의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갈수록 그 폭이 커지고 있다니 걱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상수지 흑자기조 달성도 불투명할 정도다. 세계경제 불황과 이라크 전쟁발발 가능성으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라고는 하나 예상보다 적자폭이 크고 그 시기도 빠르다. 먹구름이 자욱한 한국경제호의 항로를 밝혀줄 비상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동안 흑자행진을 거듭하던 우리의 무역수지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이라크 전쟁발발 가능성과 북핵 위기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춤을 췄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지난 1월까지 4개월 동안 20%대를 유지했던 수입 증가율이 30%대로 높아졌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수입 증가율이 30%대로 높아진 것은 2000년 9월 이후 29개월만의 일이다.

 실제로 산업자원부가 최근 잠정집계한 2월 수출입실적(통관기준)에 따르면 수출은 135억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110억2300만달러)보다 22.5% 증가했으며, 수입은 지난해 2월(104억7100만달러)보다 32.0% 증가한 138억2200만달러로, 3억17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월의 8700만달러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적자규모다.

 우리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되고 갈수록 그 폭이 커지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어두운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알다시피 우리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10월 12억6800만달러, 11월 12억300만달러 등 흑자행진을 지속해 왔으며, 유가의 상승랠리가 시작된 12월에는 5억7400만달러로 흑자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올 1월에는 무려 36개월만에 적자로 반전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출 20%대 증가율이 5개월째 이어지는 등 이번 수출액은 역대 2월 실적 가운데 최대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품목별 추정치를 보면 DDR D램의 수출단가 하락에 따라 반도체가 12억달러로 5.7% 증가에 그쳤지만 자동차는 12억5000만달러로 35.3% 증가했다. 특히 무선통신기기는 13억5000만달러로 63.4%나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반도체를 앞지르는 등 월간 수출실적 1위 품목으로 부상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기계(12.6%), 가전(11.0%), 석유화학(25.8%), 철강(15.8%), 석유제품(66.7%), 섬유류(2.7%) 등의 수출도 증가추세를 이어갔다. 아쉬운 것은 9억달러에 그친 컴퓨터가 5.1% 감소했고, 선박도 23.5%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수출의 견인차는 중국(전년동기대비 95.1% 늘어난 14억6000만달러)이었으며, 유럽연합(12억4000만달러, 59.4% 증가)과 아세안(8억2000만달러, 14.0% 증가), 그리고 일본(7억9000만달러, 17.7% 증가)으로의 수출도 늘어났다.

 경상수지 흑자달성이 위협받을 정도로 불안한 가운데 우리가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 것은 수출확대다. 하지만 변수는 많다. 이러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경제안정이라고 본다. 따라서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침체 방지, 투자 및 수출 촉진, 기업경영환경 개선, 설비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세제지원책 등 경제 활성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박광선위원 k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