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을 기해 서울지하철 1구간 요금이 700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그동안 요금인상과 더불어 지하철은 고객서비스 면에서도 매우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딱 하나 있다.
바로 고장발생시 승객의 요구 및 문의에 대해 무답변 및 상투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지하철참사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기관사만 믿다 죽어갔다. 또 지난 2월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 사고가 발생, 많은 사람이 지하철 속에서 40분 동안 공포에 떨었다.
10분, 20분 시간이 가면서 사람들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관사는 선행열차가 고장이라면서 기다리라고 하다가 바쁘신 승객은 내려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고 했다. 출퇴근시간이라 발 디딜 틈도 없는 차 안이었다. 차츰 더워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왜 에어컨을 안 트냐”는 성난 소리가 터져나왔고 누군가 휴대폰으로 사령실에 전화를 해서 전동차 내부가 매우 더우니 에어컨을 틀어주도록 기관사에게 지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에어컨은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누군가 다시 전동차 기관사 쪽 창문을 두드리면서 에어컨을 틀어줄 것을 재요청했다. 그래도 에어컨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결국 더위에 지친 누군가가 창문을 열었다. 터널 속에는 탁한 공기뿐이었지만 모두 그 공기 덕분에 숨막힘을 해소하고, 열기를 내보낼 수 있었다. 결국 선행열차의 견인이 끝나 전동차는 40분 만에 다음역인 봉천역에 도착했다. 누군가 내리자마자 기관사에게 왜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았냐고 따졌다. 그러나 기관사는 역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승객들이 3번이나 요청했음에도 지하철 사령실이나 기관사 아무도 방송을 통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왜 기관사는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일까. 왜 에어콘을 틀어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을까. 그의 대답이 듣고 싶다. 수많은 사람이 기관사 한 사람에게 안전과 쾌적함을 의탁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잊었는가. 침묵으로 인해 분노한 승객이 내리자마자 기관사에게 항의한 것에 대해 그는 그냥 이상한 사람이 화낸 거라고 생각할까. 만약 그 기관사가 에어컨을 가동할 수 없었던 이유를 말했다면 그 승객이 그렇게까지 화를 냈을까.
대중교통요금이 또 인상된다고 한다. 요금은 계속 인상되고, 편의시설이 좋아진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고장이나 사고가 날 때마다 승객은 ‘왜’라는 질문을 하지만 ‘왜냐하면’이라는 답변은 결코 없다. 고장이 날 때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승객을 불안에 떨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들며, 분노하게 하는 고질병 ‘승객의 요구 및 문의에 대한 무답변 일관 혹은 상투적인 답변 일관’이라는 중병을 언제쯤 치유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정병관 인터넷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