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대박을 노리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네트워크 프로세서 시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EBN에 따르면 IBM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독자 네트워크 프로세서 아키텍처인 ‘파워NP’를 사용한 네트워크프로세서유닛(NPU)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대신 기존 파워 PC에 기반을 둔 NPU를 개발·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IBM의 이사인 데이브 올레초브스키는 “파워PC는 보다 많은 고객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아키텍처이며 이를 지원하는 툴 기반도 확고하다”며 “현재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적절한 전환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IBM이 상당수의 고객이 이탈할 것을 알면서도 이같이 결정한 것은 지속되는 연구개발(R&D) 투자에도 불구하고 NPU 시장이 기대만큼 크게 형성되지 않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린레이그룹에 따르면 IBM은 지난해 NPU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2위, 출하량 기준으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체 시장 규모는 이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기대하는 수억달러 규모와는 거리가 먼 6500만달러에 불과했다.
린레이그룹의 애널리스트인 린레이 그웬넵은 “IBM도 다른 기업들처럼 R&D 비용 절감 방안을 차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는 고객이 인텔, 모토로라, AMCC 등 경쟁 업체로의 전환을 고려토록 해 기존 고객 기반을 와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아직 시장은 모두들 기대하는 것에 비해 작다”며 “되돌아보면 IBM은 1년 전에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았다”고 말했다.
올레초브스키도 아키텍처의 변경이 고객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시인했으나 “파워NP 애플리케이션을 파워PC로 이식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파워NP 장비를 사용하는 고객에 대해 지원을 계속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레초브스키는 아키텍처 변환에 따른 NPU의 성능 개선과 전체 비용 구조가 다른 문제점들을 충분히 상쇄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례로 파워NP의 경우 130㎒ 정도의 속도로 작동하지만 파워PC 기반의 NPU는 1㎓ 이상의 속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IBM의 이같은 결정과 달리 인텔은 최근 저가 NPU 제품군인 IXA 400을 내놓는 등 NPU 시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의 수석 부사장인 신 말로니는 “저가 IXA 400과 고가 IXA 2000 제품군을 확보, 인텔은 누구보다도 광범위한 NPU 제품군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현재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기대 이하임을 시인했으나 “시장 성장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길은 좋은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워PC 아키텍처에 기반을 둔 NPU코어는 내년에, 이를 이용해 만든 표준 제품은 오는 2005년에 각각 발표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