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IT 무역수지 흑자 제대로 읽자

◆금기현 논설위원 khkum@etnews.co.kr

 

 작년 한해 동안 국내 IT산업 수출이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통부는 지난해 수출 460억5000만달러에 수입 307억4000만달러로 모두 153억1000만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실적은 전년 대비 수출의 경우 20.2%, 수입은 10.5% 증가한 수준이다.

 수출주력제품인 반도체의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T산업의 무역수지가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수출품목이 다양화하고 수출지역이 다변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지난 99년 이후 반도체 수출은 점차 감소하는 대신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와 LCD·노트북PC 등으로 수출품목이 다양화됐다. 게다가 수출거래선도 그동안 주력해오던 미국 및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반면 중국 등 동남아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수출호조세는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27.4% 증가한 42억달러, 수입은 27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14억9000만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이로써 국내 IT산업은 지난해 3월 이후 벌써 11개월째 연속 수출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경기불황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분명 놀랄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희망을 갖는 것도 잘못일 수 없다. 하지만 매달 늘어나는 IT무역수지 흑자를 보면서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 IT산업의 무역수지 흑자가 ‘가뭄의 단비’임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 IT 산업의 어려움이 완전해소됐다고 생각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IT산업 수출에 대한 신중한 경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수출입 실적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정책당국이나 일반기업들의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할 대목이다. IT산업의 무역수지 흑자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 IT산업의 경기상황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무역수지의 수치상 실적이 흑자를 기록했다고 해서 그것이 IT산업의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는 뜻이다.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IT산업 수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라고 하겠다. 최근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기술적·경제적 판단이 요구된다. 정말 ‘반짝경기’로 끝나 버릴 일인지 아니면 수요확대를 기반으로 한 장기성장세가 계속 될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현재 국내외 상황으로 봐서 장기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침체, 1·25 인터넷대란의 여파로 인한 IT경기 위축, 북핵문제 및 미국·이라크전쟁 가능성 등 국내외 요인으로 수출경기가 지금보다 더욱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특히 IT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IT기업경기실사지수(IT BSI)의 경우 1월 78에서 2월 75, 3월 80으로 경기호황의 기준이 되는 100 이하로 조사돼 앞으로 IT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점에서 정책당국이나 기업들이 지난해의 무역수지 흑자에 안주해 있어서는 안된다.

 또 반도체·휴대폰·LCD·노트북PC 같은 일부품목의 호항만으로 향후 수출경기를 근거없이 낙관해서도 안된다. 반도체·휴대폰·LCD 같은 품목들의 수출확대가 무역수지를 키우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계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수출확대를 위한 전략제품 개발에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요행이나 특수요인에 우리의 앞날을 맡기기에는 너무 위험이 많음을 알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