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집 대신증권 부사장 hjmoon@daishin.co.kr
한국의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일본은 물론 중국·대만 등 아시아권의 국가들은 이미 한국을 새로운 표준으로 생각하고 있고, 본고장인 유럽이나 미국보다 규모나 기술적인 수준에서 몇 발자국 앞서 있다. 수십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선진 금융시장인 유럽이나 미국을 앞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온라인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 즉 한국 국민의 우수성에 있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전문 펀드매니저가 사용할 만한 시스템을 놀라운 학습능력으로 습득해 나가는 것은 물론 항상 새로운 요구로 시스템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고객이 없다면 시장도 없다. 온라인시장은 철저하게 고객중심으로 운영된다.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은 철저히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좋은 위치에 지점을 만들면 고객은 알아서 찾아온다는 식의 사고를 가지고 있는 증권사가 아직도 있을까. 기업 주도의 사고를 가지고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됐다.
PDA단말기를 공짜로 준다거나 수수료를 싸게 하는 것이 시장선점을 위한 전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기업 주도의 생각이다. 주식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은 뭔가를 공짜로 받거나 수수료를 덜 내기 위해서 주식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해서 이익을 얻기 위해 주식거래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 오프라인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고 고객은 오프라인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지점을 방문하면서 영업직원에게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방법을 배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트레이딩 프로그램도 단순히 화면을 조회하는 수준을 넘어 투자자 고유의 전략을 펼칠 수 있는 툴 박스를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를 위해서 교육과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고객으로부터 새로운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1∼2년 내에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는 투자자를 보는 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제 증권사나 투자자는 IT 한가운데 깊숙이 들어와 있다. IT를 통한 새로운 경쟁력 확보는 다른 업종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