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한양대 기술이전센터 소장·교수 hanjh1055@hanmail.net
기술이전촉진법 제정 이후 전국 20개 사립대학에 대학기술이전센터가 중소기업청의 지원으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때마침 서울대를 비롯한 국공립대학들도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에 발맞춰 대학별 ‘산학협력단’ 구성을 준비하는 등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전체 이공계열 박사급 인력의 76.8%가 근무하고 있고 연간 국가연구개발비의 25%가 투입되고 있는 대학에서 그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특허출원 및 기술이전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기술이전 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학과 기업간 기술이전은 발명자(교수)들에게는 기술 판매로 인한 수익을 안겨주고, 기업에는 기술 확보에 쏟는 시간과 비용절감효과를 가져다 준다. 국가도 막대한 연구비와 고급인력을 투입해 개발한 첨단기술을 산업에 활용하게 되므로 경쟁력 향상과 신규고용 창출을 촉진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학기술이전센터를 조기에 안착시키고 기술이전을 활성화하려면 우선 몇 가지 개선책이 필요하다.
첫째, 산업교육진흥법에 따라 대학은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대학 연구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법적 주체로서 기업들을 위한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대학으로부터 인사와 회계를 독립시키고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체질 변화에 나서야 한다. 기업이 대학 연구소를 찾지 않는 것은 우수한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학의 보수적인 행정업무와 모호한 계약 주체로 인해 손발이 맞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둘째, 대학기술이전사업은 초기투자비용이 막대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야만 이익이 회수되기 때문에 산학협력단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의 다양한 지원제도 및 장려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술이전지원사업을 재조정해 중복투자를 줄이고 장기전략에 따른 부처별 역할분담과 조정기구를 통한 단계별·부문별 계획성을 갖춰 추진해야 한다.
셋째, 기업과 대학의 연구 프로젝트 진행시 연구개발에 따른 성과물을 기업이 독점하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기업은 대학 인프라와 교수진의 노하우를 인정하고, 대학은 연구계약 체결시 이에 대한 권리를 당당히 요구해서 연구성과물은 대학에, 우선실시권은 기업에 돌리는 형태를 띠는 것이 이상적이다. 연구성과물의 공동소유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는 대기업은 ‘대학과 기업의 역할분담’에 관해 재고해주기를 바란다.
넷째, 대학은 특허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교수의 첨단기술을 특허로 출원하지 않고 논문 등을 통해 발표할 경우 어느 누구의 소유권도 인정되지 않는 공유기술이 된다. 논문 발표만을 갖고 교수의 연구업적을 평가하는 것은 오늘날과 같이 산학협력이 필요한 시대에는 부적절하다. 교수는 학문을 연구하고 대학은 이를 특허출원해 기업들로부터 이전기술료를 벌어들이고, 발명자에게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메커니즘이 정착돼야 한다.
이밖에 지식재산을 관리하며 효과적인 투자와 가치 창출을 전담할 수준 높은 전문가도 시급히 길러낼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우리나라를 동북아시대의 중심국가로 발전시키켔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수단 중 하나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신속하게 사업화하는 기술이전 활동이다. 중국은 국가전략으로 대학과 연계된 첨단기술단지를 활성화하고, 대학에 기반을 둔 창업여건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칭화대나 베이징대의 경우 대학이 직접 기업을 설립·운영 중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기술이전 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에서 비록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오히려 올해 대학기술이전센터 지원사업에 관한 정부예산이 절반으로 삭감돼 활동의 위축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말로만 기술강국, 첨단기술산업의 발전, 이공계 우대, 동북아 중심국가를 내세우기에 앞서 실질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곳에 정책적인 관심과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