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크 업체들에 대한 평가가 기술보다 현금보유 규모로 기울면서 바이오테크 업계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최근 들어 바이오테크 시장에서 업체들에 대한 기술평가 비중이 낮아지고 있어 업체들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현금확보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업계의 장기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바이오테크 업체들은 시장에서 회사가치를 올리기 위해 기술개발보다 주식매각 등을 통한 현금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 최근 코버스인터내셔널에 주식 7300만달러를 매각한 덴드리언의 조치도 이같은 추세 가운데 하나로 풀이되고 있다.
바이오테크 업계의 현금중시 풍조는 특히 인수·합병(M&A)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경기침체로 바이오테크 업체들이 주가하락, 현금부족에 시달리면서 M&A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인수에 나선 업체들은 피인수 업체에 대한 평가에서 우선순위를 현금보유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 업체인 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바이오테크 업체 10개 중 2개 이상이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최근 NPS파머수티컬에 인수된 엔존은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금보유액이 적어 회사 기대 이하로 매각됐다. 이밖에 셀레라·인사이트·휴먼게놈사이언스·큐라겐·비칼·아비겐·디아크린 등도 낮은 금액으로 팔렸다.
이에 대해 주주와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상황이 주식을 팔아 수십억달러를 유치했던 2000년 호황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그많은 바이오테크 업체들이 그많은 돈을 끌어들이는 것을 본 적이 없고 그렇게 빠르게 무너진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바이오테크 업체간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바이오테크 업계 M&A가 줄어들고 이 파장이 금융계로 이어지면서 바이오테크 시장 활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바이오테크 업계에서는 궁극적으로 업계의 기술의존도가 줄어들면서 장기적 시장전망이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의 신뢰감이 붕괴하면서 중소 바이오테크 업체들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고 발표, 업계 전망이 한층 더 불투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