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술株 `춘풍낙엽`

 한국의 코스닥이 사상 끊임없이 하강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유명 기술주 시장도 폭락을 거듭, 전도가 극히 불투명하다.  

 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 기업들의 등용문인 미국 나스닥 시장은 인터넷 투자가 한창이던 2000년 3월 5000을 돌파했으나 그 후 경제가 불황을 겪으면서 급반전되어 1년만인 2001년 3월 2000 아래로 떨어졌다. 표1참조

 나스닥 주가는 그 후 월드컴 등 회계 조작과 대 이라크 전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10월에는 1114까지 떨어졌다. 그 후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과 연말 등 계절적인 요인으로 조금 회복되기는 했으나 나스닥 지수가 지금도 1300∼1400선을 맴돌고 있다.

 또 일본 일본증권업협회가 운영하는 자스닥 지수도 지난해말 40P선이 붕괴된 후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표2참조

 이 밖에 일본 및 독일 등에 개설됐던 기술주식 시장인 나스닥재팬과 독일 노이어마르크트(NM:신시장)는 아예 간판을 내리고 기존 주식시장에 편입됐다.

 이처럼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술 시장 주가가 폭락하면서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길이 막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들은 새로운 기업공개(IPO) 및 이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도 매년 격감하고 있다. 톰슨벤처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 벤처캐피털회사들이 투자한 유망 업체 가운데 지난해 IPO에 성공한 벤처 기업은 22개사를 기록했고 이들은 19억달러(약 3조6100억원)를 조달하는데 그쳤다. 이는 기술주식이 인기를 끌던 2000년의 자금조달 실적(210억달러)에 비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신규투자를 동결시키고 이는 다시 최근 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나스닥 시장은 여전히 마이크로소프(MS)와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아마존, 퀄컴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의 우량 주식(블루칩)을 유통시키며 벤처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자본시장의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및 독일 등의 기술주식 시장이 최근 폐쇄되는 등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우선 일본의 기술주식을 유통시키는 나스닥재팬은 미국 나스닥이 2000년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일본 소프트뱅크와 공동으로 개설했지만 그 후 기술주식 거품이 꺼지고 지난해 8월 나스닥이 손을 떼면서 오사카증시에 통합, 운영되고 있다.

 또 ‘유럽의 나스닥’으로 불리던 독일 노이어마르크트도 잇달아 간판을 내렸다. 지난 97년 3월 전 세계적인 기술주식 상승 바람을 타고 문을 열어 보수적 풍토의 독일에서도 한때 기술 증시의 총아로 각광을 받았던 NM도 불과 5년 반만에 폐쇄하고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통합됐다.

 이처럼 최근 전 세계 벤처자본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벤처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별로 없다.

 우선 최근 벤처기업은 무리한 사업확장보다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감량경영으로 경기가 호전될 때까지 사업체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벤처기업 경영자들은 수익 및 현금위주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또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은 올해 초 주식배당 등에 따른 세금을 감면해주는 주가 부양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증시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는 한 나스닥 등 전 세계 기술주식 시장에서 주가는 가까운 장래에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