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 지휘관들이 휴대폰으로 텍스트 메시지를 받는다. 이 메시지는 후세인 대통령의 명령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군이 이라크군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보낸 것이다.
한술 더 떠 폭격기가 다른 장소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거나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게 해 이라크의 대공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리는 레이더가 있다면 어떨까.
정보 작전은 수세기 동안 전쟁의 도구로 자리잡아 왔지만 인터넷 등 하이테크는 정보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놓았다. 미 국방부는 이미 이라크 장군들에게 무작위로 e메일을 보내 투항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앨링턴 소재 렉싱턴연구원의 국방 분석가 로렌 톰슨은 “전쟁이 갈수록 전장을 중심으로 한 병력과 기계의 싸움이 아니라 전자와 광자의 싸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방부는 신형 무기와 계획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군사 분석가들도 이라크가 대응책을 개발할까 우려해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랜드연구소 선임분석가 브루스 버코위츠는 “각종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이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면서도 자신의 직관을 구체화해 염탐, 전파 방해, 기만 등을 통해 적의 의사결정 정보를 앞서 나간다는 미군의 목표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했다.
미 공군정보전센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파운드스톤의 보안 연구원 크리스 프로시스는 “미군이 컴퓨터 해커와 똑같은 툴을 사용한다”며 “바이러스를 통해 나중에 침입할 수 있도록 ‘뒷문(backdoor)’ 출입구를 확보하는 것이 한 사례”라고 꼽았다.
정보 작전은 염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암호화에 필수적인 인프라도 파괴함으로써 이라크군으로 하여금 덜 안전한 통신채널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는 폭탄, 컴퓨터 공격, 대규모의 전기 충격을 통해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는 전자기 박동 무기를 동원하면 된다.
버코위츠는 “수기가 사용되던 남북전쟁 때는 북부군이 남부군의 암호를 풀어 허위 메시지를 남김으로써 병력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기도 했다”며 “2차 세계대전 때는 연합군이 있지도 않은 병력 계획을 의도적으로 누설, 독일군을 속였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 이 같은 기만 행위를 더욱 쉽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없앨 수도 없는 처지다. 후세인 대통령도 구글을 확인해 육군 사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라크군의 위치를 보도한 신문을 읽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이라크 역시 미국내 컴퓨터를 해킹할 수도 있다.
펜실베니아 주방위군 193 특수작전부대는 항공기인 ‘코만도 솔로’를 이용해 미리 녹음된 메시지를 방송하고 있다. 이 부대 전자교관인 마이클 코바흐 상사는 “TV도 방송할 수 있는 6대의 코만도 솔로 중 1대는 위성 재전송용 안테나를 갖췄다”며 “이 항공기는 이라크에서 처음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장비는 후세인 대통령이 체포되는 변조 영상을 방영, 항복을 유도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전술은 라디오, 인터넷, TV 등 여러 매체에서 서로 다른 내용이 방영될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미군 전략사령부도 컴퓨터 공격에 필요한 컴퓨터망작전공동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안보국도 지난 5년간 이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다.
제인스국제국방리뷰의 기고 담당 편집자인 빌 스위트맨은 미군은 이라크군이 사용하는 러시아 컴퓨터시스템과 친숙해 유리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 피터 싱거는 이라크의 대공망을 가동시켜주는 중국의 광케이블이 전파보다 침투하기 어렵지만 일단 뚫리면 군 해커들이 훨씬 더 쉽게 침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해킹을 통해 은행계좌를 붕괴시키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지만 사이버전쟁에 관한 책 4권을 집필한 퇴역 공군대령 앨런 캠펜은 이럴 경우 전세계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사이버공격 개시 지침 마련을 내용으로 하는 비밀 명령에 이미 서명했다. 이 명령은 폭탄이 투하되기 시작하면 군과 정보부서들이 원하는 모든 권한을 갖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