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SW 우리 영역이다"

 휴대폰에 내장되는 소프트웨어가 휴대폰 단말기의 주요 차별화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둘러싼 이동통신사업자와 단말기업체간 신경전이 대단하다. 이들은 각자 상대편의 영역으로 세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상대편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영역 침범이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가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자체 개발, 자사 단말기에 탑재하고 있는 데 대해 이통사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가 하면 이통사는 그간 단말기업체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던 휴대폰 배경화면 메뉴까지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휴대폰에 내장되는 소프트웨어는 PC에 탑재되는 OS나 응용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PC시장에서 PC 제조업체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프트웨어업체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휴대폰 소프트웨어를 누가 통제하느냐에 따라 시장주도권의 향방이 갈린다. 또 휴대폰 소프트웨어를 쥘 경우 휴대폰 무선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콘텐츠업체들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통사와 단말기업체간 주도권 다툼은 앞으로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모카’라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은 이외에 자바 기반 플랫폼도 개발 중인데 단말기업체가 무선인터넷플랫폼을 개발하거나 개발하도록 요구하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단말기 수출시 하드웨어 단말기와 함께 플랫폼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러나 이 같은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국내 시장에도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 몇몇 KTF 단말기 모델에 이 플랫폼을 탑재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SK텔레콤의 단말기 모델에도 탑재했다가 SK텔레콤이 이를 문제삼자 탑재를 중단했다.

 삼성전자의 영역 확장에 대해 단말기 구매권을 쥐고 있는 이통사는 불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위기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플랫폼뿐 아니라 애니콜랜드라는 유무선 포털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며 “단말기부터 무선인터넷서비스까지 모두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의 경우 이통사가 단말기를 구매하는 구조로 아직 이통사가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출물량이 늘어나면서 단말기 출시 일정이 단말기업체에 맞춰지는 등 이통사의 힘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통사도 휴대폰 배경화면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LG텔레콤이 지난해 개발한 무선인터넷 플랫폼 업그레이드 버전은 배경화면 등 단말기 사용자 인터페이스부문까지 포함하고 있다. 단말기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휴대폰 액정화면에 나타나는 그래픽이나 메뉴 등으로 단말기업체 입장에서 봤을 때 브랜드 통일성을 이루는 중요한 한 축이다. 이 때문에 몇몇 단말기업체가 LG텔레콤의 새로운 무선인터넷 플랫폼 탑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