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 운용체계(OS)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SCO그룹이 10억달러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IB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SCO그룹은 “IBM이 유닉스, 특히 인텔 프로세서에 대한 유닉스의 경제적 가치를 파괴했다”며 유타주 솔트레이크카운티 법원에 지난 7일(현지시각) 소장을 제출했다.
소송제기와 별도로 SCO는 IBM에 서한을 보내 “만일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AIX’라고 불리는 IBM의 유닉스버전 라이선스를 100일 안에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장에서 SCO는 “IBM이 거래 비밀을 부적절하게 사용했으며 이외에도 불공정한 경쟁과 계약 위반 그리고 SCO사업에 대해 불법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SCO가 IBM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몬트레이 프로젝트’가 좌절된 것이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즉 SCO, IBM과 지금은 사라진 시퀀트 등은 인텔의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에 사용할 유닉스버전을 만들기 위해 ‘몬트레이 프로젝트’를 결성, SCO는 IBM과 유닉스에 관한 전문정보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2001년 5월 IBM은 SCO에 “더 이상 몬트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하며 이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SCO는 “IBM이 유닉스에서 얻은 비밀스럽고도 재산권이 있는 정보를 오픈소스 진영에 부적절하게 적용, 유닉스의 경제가치를 훼손함과 함께 자사의 리눅스 사업에서 혜택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소장에 따르면 IBM은 자사의 유닉스 OS인 ‘AIX’를 사용하기 위해 지난 85년 AT&T와 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조건에는 IBM이 유닉스 코드를 비밀리 유지하도록 돼 있다.
SCO는 “대형 멀티 프로세서 서버까지 등장하는 등 리눅스의 급속한 성장은 바로 이러한 유닉스의 재산권 유출 때문에 가능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크리스 손태그 SCO 부사장은 “IBM 이외에 다른 유닉스 및 리눅스 업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향후 SCO의 전방위 특허공세와 함께 유닉스와 리눅스 진영이 특허대란으로 휘말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1월 SCO는 라이선스 매출을 적극 관리하기 위해 ‘SCO 소스’라는 부서 신설과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SCO는 수세 등과 유나이티드리눅스라는 마이너 리눅스 업체간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있어 앞으로 수세와 레드햇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되고 있다.
SCO는 IBM과의 이번 소송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정부간 소송에서 정부 변호인을 맡았던 데이비드 보이스, 실러, 플렉스너 같은 거물 변호인들을 고용했다.
SCO의 공세에 대해 스티브 밀스 IBM 소프트웨어 그룹 부사장은 “유닉스와 리눅스간 어떠한 지적재산권 문제도 없다고 본다”며 SCO의 행동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그는 “IBM은 많은 영역에서 자체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으며 운용체계의 경우 지난 1950년 이래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한 시장전문가는 SCO의 특허공세에 대해 “그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던 SCO가 주주와 회사관리를 위해 극한 처방을 내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근 분기(11∼1월)에서 SCO는 1800만달러 매출에 7억24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현재 분기(2∼4월) 매출은 2300만달러로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1000만달러는 SCO소스에서 나올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편 유닉스는 AT&T의 유닉스 시스템연구소가 30여년 전에 개발한 것으로 이후 유닉스 아이디어는 넓게 확산됐다. AT&T는 유닉스 재산권을 노벨네트웍스에 팔았으며 노벨은 이를 산타크루스오퍼레이션(SCO)에 넘겼다. 그런데 칼데라인터내셔널이 SCO에서 유닉스 재산권과 두개의 SCO제품(오픈서버와 유닉스에어)을 인수했으며 작년에 칼데라는 사명을 SCO그룹으로 변경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