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호 한국인터넷정보센터 원장 khsong@nic.or.kr
지난해 세계 경기의 침체와 투자 감소로 힘든 경제여건 속에서도 한국의 IT수출은 전년대비 20.6% 증가한 464억달러를 달성했으며 15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함으로써 경제의 활력소가 되었다. 세계를 흔들고 있는 전운과 그로 인한 유가불안 등 2003년 경기 역시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의 눈을 국외로 돌린다면 다양한 기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미 국내 IT산업은 그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농림수산업 등 1차산업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IT 및 통신시장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지난 88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지역에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겪은 바 있는 이들 국가는 정부차원에서 IT분야의 발전계획을 수립해 지원하고 있으며 대부분 전담기구를 설립하는 등 정보사회 기반 마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97년 필리핀을 아시아의 지식센터로 건설하기 위한 ‘IT21’이라는 정부주도의 정보화계획을 수립했다. IT21은 2005년까지는 IT사용을 일반화하고 경쟁력있는 IT제품을 생산하도록 육성하며, 2010년까지 아태지역에서 IT교육·IT기업활동 등 정보 및 지식활용의 적극적인 선두주자인 지식센터로 성장함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
필리핀의 인터넷 전략 및 실행상황, IT21 등의 진척을 ITECC(Information Technology and E-Commerce Council)가 총관리하고 있다. ITECC는 무역통산성 장관, 과학기술부 장관, 민간부문대표 및 대통령도 참석하는 주요 기구다. 이밖에도 국가정보화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는 입법에서도 나타난다. 전자문서의 효력과 해킹 등의 형사처벌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전자거래법(Electronic Commerce Act, 2000년),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IP코드(97년) 등 다른 아태지역 국가들에 비해서 더욱 체계화된 법률이 제정됐다.
태국은 노동인구의 가장 많은 부분이 농림수산업 분야인 1차 산업에 치중된 산업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수출분야에 있어서는 컴퓨터 부품이 전체의 12.4%를 차지하는 등 IT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다. 86년에 국립전자컴퓨터기술센터(NECTEC)를 세우고 정보산업기술 발전에 노력하고 있으며, NII(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형성, IT맨파워 확충을 위한 투자, 정부 선진화에 대한 투자를 진행중이다. 태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약 20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유무선전화 가입비율은 각각 19.4%, 6.5% 정도다.
현재 50여개국 4000여개 기업이 투자활동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본격적인 지식경제기반 마련을 위해 2000년 3월 이후 정책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정보통신정책을 주관하는 기관은 JTM(Jabatan Telekom Malaysia)으로 전자정부, 스마트스쿨(smart school), 원격의료, 경계 없는 마케팅, 전세계 제조의 중심지화에 중심을 둔 정부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통신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유선전화 보급은 인구대비 3%에 불과하다. 99년 통신사업법(Telecommunication Law No. 36/1999)을 개정하여 정부는 통신사업 독점권을 완화하고 통신시장을 개방한 결과 이동통신가입자는 현재 약 500만명에 이르고 있다. 베트남도 90년대 이후 매년 4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맞아 잠시 그 성장이 정체되었으나, 95년부터 2000년 사이의 평균성장률이 45% 정도를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가진 고성장 시장이다. 그러나, 2000년 현재 유선전화 보급률이 5.5% 정도이고, 인터넷 이용인구는 전체 인구의 0.16%에 불과하여 아주 낮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 진정 세계적인 IT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이처럼 IT에 대한 관심이 높고 가능성이 풍부한 동남아 지역에 대해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