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열어보는 메일박스에는 사용자의 눈길을 끌어보려는 문구의 스팸메일이 가득하다.
그나마 사진없이 보내오는 성인광고물은 양반 축에 속한다. 보기에도 민망한 그림들이 모니터 가득 비춰질 때면 누가 볼세라 삭제 키 누르기에 바쁘다. 이렇게 받은 메일을 삭제하는 수고는 제쳐 두고라도 내 개인정보가 허락도 없이 누군가에게 유출돼 인터넷 바다에 떠다닌다고 생각하면 무척 기분나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염치불구하고 아무에게나 낯뜨거운 장면의 화면을 보내는 처사는 상대방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 언짢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전자정부·전자입찰 등 전자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삼 디지털의 편리함과 유용성을 말하지 않더라도 이런 편리함 이면에 익명으로 포장된 그 누군가로부터 하루 평균 수십 통을 받게 되는 스팸·광고성 메일들은 디지털시대에 디지털 쓰레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전국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터넷 역기능 조사’에 따르면 e메일 이용자 1명당 일평균 34.89개의 스팸메일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2001년에 비해 무려 7.5배나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또 다른 연구조사에 의하면 스팸메일은 이용자뿐 아니라 e메일서비스회사에도 유무형의 피해를 입혀 국가적으로는 한해 2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청소년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음란성 스팸메일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으니 그 피해는 자못 심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불법 스팸메일에 대한 해결을 단순히 네티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악성사업자를 적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크게는 폐쇄하기로 했다니 이제 어느 정도 인터넷의 꽃인 전자우편이 정화돼 메일박스가 가볍고 깨끗한 느낌이 드는 듯하다.
앞으로 이런 스팸메일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자우편을 사용하는 개인 스스로가 온라인에서 개인정보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업자들도 법적인 제재의 틀을 떠나 네티즌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서 불필요한 무차별적 정보제공이 아닌 정화된 정보만을 보내는 인터넷 에티켓을 지켜야 할 것이다.
강신철 KT 전북본부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