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 FPD업체의 한국공략

 최근들어 일본·독일·미국 등의 내로라하는 다국적 평판디스플레이(FPD) 소재 및 부품업체들의 우리나라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스미토모화학·일본합성고무(JSR)·닛산화학·머크·3M 등 케미컬 기반의 FPD 재료업체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해 생산기지를 건설중이다. 이미 일부 업체는 FPD 핵심재료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FPD 소재·부품업체들의 공격적인 경영이 거세지고 있는 인상이다. 실제로 JSR는 오는 5월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연 1000톤 규모의 컬러 레지스트 생산공장을 착공할 예정이고 닛산화학은 올 8월을 목표로 경기도 추팔산업단지내 폴리이미드(PI) 생산공장 건설에 한창이다.

 스미토모화학은 ‘동우STI’란 LCD용 컬러필터법인과 ‘동우광학필름’이란 편광필름법인을 잇달아 설립, 각각 경기 평택과 포승산업단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가동을 나설 계획이다.

 외국 FPD 소재 및 부품업체들이 이처럼 우리나라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한국에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를 축으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유기EL(OLED) 등 FPD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 FPD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중국·대만 등과 연계해 향후 동아시아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활용가치가 높은 점도 FPD 소재 및 부품업체들의 한국진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실 한국이 외국인들이 투자하기 싫은 나라로 알려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그래서 그동안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 진출을 추진해 오던 외국 유명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최근 외국 FPD 소재 및 부품업체들이 우리나라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외국 업체들이 우리나라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의 계산과 판단이 있겠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외국의 FPD 소재업체들이 속속 한국에 상륙, 관련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가고 있는데도 국내 업체들의 대응은 상당히 미흡하다는 데 있다.

 TFT LCD의 경우 액정(LC)을 제외한 대부분의 소재 및 부품이 국산화되고 있지만 아직 이의 국산화율이 5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최근들어 국내 소재·부품업체들의 기술력과 생산기술, 생산능력 등도 크게 향상되고 있지만 이들 외국 업체와의 경쟁에선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FPD산업의 성장잠재력을 고려할 때 FPD 소재 및 부품의 생산주도권이 외국 업체에 넘어가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들 업체의 적극적인 공세로 국내 산업의 대응능력이 한계를 보이는 것은 물론 대외종속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칫하면 외국시장 개척은 고사하고 우리의 안방을 모두 외국 업체들에 내줄 위험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정부가 나서서 우리 기업을 보호해 줄 수도 없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자면 기업 스스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우리 기업들은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FPD 제품의 기술개발 노력과 생산능력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