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서비스업과 제조업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 ybkwon@ksystem.co.kr

 

 지난주에 일본 컨설팅 회사의 초청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 경기가 10년 이상 불황이라고 하지만 필자가 느낀 일본 경기는 결코 침체돼 있지 않았다. 선진국형 경제이기 때문에 성장이 별로 없다는 얘기지, 경제가 불황이라 기업이나 개인의 도산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현지 컨설팅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에서 활동중인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가 8만여개라고 한다. 그런데 그 8만여개 회사는 경기가 좋은 서비스 산업군에 속한다고 한다. 제조업은 불황이라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의 경영혁신에 투자할 여력들이 없지만 서비스 산업계의 회사들은 수가 제조업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자금에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사업을 하든지 이들을 대상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우리는 상당히 오랜 노력 끝에 소프트웨어 업종을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변경했다. 이는 각종 정부지원과 세제상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정부로서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제조업만을 차등 지원하는 정책보다 선진형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우리들 스스로는 ‘제조업에 종사한다는 생각보다 지식서비스 산업에 종사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고객한테 계속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밖에 없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실천하는 서비스 정신’이 있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경영이익의 80%는 기존에 하던 일들을 더 잘 하는 데서 오고 20%가 새로운 활동에서 온다고 한다.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경영상의 혁신을 도모할 때에도 기존 지식을 90% 가량 활용하고 새로운 지식을 10% 정도 활용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경영상의 성과를 드높이는 일의 72%를 기존의 일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IT기업들은 나머지 28%를 추구하는 데에만 너무 열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