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입법·의결기관인 제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회의가 지난 5일 개막, 2주간의 일정을 끝내고 18일 폐막했다. 이번 회의는 후진타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4세대 지도부를 정식으로 출범시켰으며, 국무원 기구개편도 이루어졌다. 또 1조5138억위안(227조원 상당) 규모의 올해 예산안도 통과시켰다. 특히 후진타오를 필두로 한 이들 4세대 지도부는 3세대에 이어 모두 대학에서 이공계를 전공한 테크노크랫(기술관료)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 회의를 계기로 경제운영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여 중국 IT시장은 성장에 있어 이전보다 더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휘부에 테크노크랫 대거 입성=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의 명문 IT대학인 칭화대 수리공정과에 1959년 입학, 6년 뒤인 1965년에 졸업했다. 1942년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후진타오는 자춘왕 공안부 부장, 왕수청 수리부 부장, 톈청핑 산시성 당서기 같은 칭화대 출신들을 정치 지원자로 두고도 있다.
1947년 안후이성 페이둥에서 태어난 우방궈 상무위원장 역시 칭화대학 무선전자학과를 나온 ‘칭화방’이자 ‘상하이방’의 대표주자다. 우방궈는 제14차 당대회(1992년)에서 중앙위원 및 정치국원으로 승진했으며 15차 당대회(1997년)에 정치국원에 재선된 후 ‘당이 중점 배양한 테크노크랫’ 반열에 올랐다.
1942년 톈진 출생인 원자바오 신임 국무원 총리는 일선에서 퇴진한 주룽지 총리의 측근으로 칭화대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인 베이징대학의 지질학원 지질광산과를 나왔다. 원자바오 아들도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 베이징에서 벤처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향후 중국정부의 재정·금융분야를 총괄할 상임부총리에 임명된 황쥐는 이른바 상하이방의 대표주자이면서 칭화대를 나왔다. 황쥐는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 상하이의 푸둥 개발을 이끌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전인대에서 과학기술부와 신식(정보)산업부 부장(장관)으로 각각 쉬관화(60)와 왕쉬둥(56)이 임명됐다. 과학기술부 수장으로 재신임을 받은 쉬 부장은 중국 과학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 디지털 경제인으로 불린다.
1963년 베이징 임학학원을 졸업한 후 중국임업과학원 자원정보연구소 소장을 거쳐 중국과학원의 원격감지응용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중국 디지털 경제 분야 최고의 싱크탱트인 중국과학원 부원장을 거친 후 국가과학위원회 부주임과 당 부서기를 잇따라 역임하기도 했다.
이번 전인대를 끝으로 물러나는 우지촨 부장을 이어 중국 정보산업 분야를 이끌게 될 왕 부장은 전자산업 관련 부처에서 16년동안 일한 경험이 있다. 최근 그는 각종 권한을 부부장(차관)이나 사장(국장)급 전문가들에게 대거 이양하고 자신은 신식산업부의 전문 경영인을 자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3세대 지도부를 이루었던 장쩌민 당총서기의 경우 상하이교통대학 출신의 전자부분 엔지니어였으며 주룽지 총리도 중국 최고의 공과대학인 칭화대학 출신이다. 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인 리펑도 모스크바에서 수리공정을 전공했다.
◇시장 주체 정부서 민간으로=이번 전인대는 중국경제 운영 주도권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국유기업에서 사영기업으로 발빠르게 옮겨가는 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른바 중국 경제가 ‘정부와 시장이 함께 춤을 추는’시대로 들어섰다는 평가다. 앞으로 중국 정부는 가능하면 직접 가격조정 등에 개입하지 않고 시장자율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또 국유기업이 전담했던 통신, 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도 사영(민간)기업의 진출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