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이라크전과 해외 GIS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사장 ihkim@ksic.net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시작됐다. 19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의 무장해제와 사담 후세인 축출을 위한 전쟁명령을 내린 후 염려하던대로 실제 공습이 전개되면서 이번 전쟁에 대비한 주변국들의 대응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경우, 미국이 최우선적으로 시행한 작업이 바로 작전수행지역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인공위성을 이용해 정확한 지도를 제작, 구축하는 일이었다. 특히 이번 이라크 전쟁과 같은 첨단전쟁에서는 성공적인 작전수행을 위해 지형·지물에 대한 정확한 자료수집과 분석등이 수행되고 이에 따른 지도제작이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도 이미 지난 95년 이후 ‘국가지리정보유통체계(NGIS)’ 구축사업으로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풍부한 지리정보 데이터의 구축이 가능하게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계속적으로 지리정보시스템(GIS) 개발 및 운영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동북아 중심국가로서 이렇듯 성장 및 첨단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국내에서만 머물고 있다는 한계는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해외지역에 대한 정확한 지도 데이터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다. 최근의 경우 동티모르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상록수부대 장병 4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고를 당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장병들이 임무 수행 전 수행지역에 대한 사전답사 및 현 지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전자지도 제작을 통한 분석 등 철저한 준비가 뒤따랐다면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이었다.

 또 지난 대북 경협사업의 일환으로 북측과 합의,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남북한 경원선을 비롯해 경의선 연결공사 진행은 향후 중국과 러시아 철도와의 연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자세한 인접국의 공간정보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GIS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이라크전과 같은 ‘전쟁’에서라면 더욱 정밀한 GIS 데이터를 기본으로 지역에 대한 위성영상지도를 구축하고 3차원 GIS 분석 솔루션 같은 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시연 및 훈련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타국에 대한 지형적 특성을 파악해 적정위치를 모색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동티모르에서와 같은 뜻하지 않은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이라크전에 대비해 정부차원에서 현지 교포의 대피나 지원부대 파병 등을 검토하는 데도 이라크 주변지역에 정확한 지도 데이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거 강대국이 식민지 진출시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이 지리와 토지에 대한 조사였다. 영국·일본 등 강대국은 식민지·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해당국가의 풍토·기후 등의 국토현황을 면밀히 조사했던 것이다. 현재의 첨단정보화시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정보화로 무장했을 때만이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과 국력 신장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제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로 나아가 주변국에 대한 관련자료 수집과 함께 현지에 맞는 지리정보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같은 사전작업은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은 물론 관련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해외 지리정보는 해외교류시 비용을 절감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다. 따라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해외 지리정보를 확보하고 국가간 상호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같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만이 끊이지 않는 세계 전쟁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