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화콘텐츠 프로젝트(파일럿)의 잠재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프로젝트 투자가치평가모델’ 마련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투자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창투사 등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늘어나고, 이를 계기로 우리의 문화유산과 생활양식 등을 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보고 문화콘텐츠에 투자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투자를 외면하거나 감에 의존하는 주먹구구식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가 프로젝트 투자가치평가모델 개발을 환영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콘텐츠기술(CT) 평가모델링 개발사업을 통해 문화콘텐츠의 잠재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될 경우 그만큼 리스크가 줄어들어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투자가치평가모델이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창투사 및 벤처캐피털업계 종사자들을 모델 개발에 동참시키고, 기존 문화콘텐츠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평점화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를 계기로 문화유산, 생활양식, 창의적 아이디어, 가치관, 이야기 등을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재구성해 산업적으로 유통시키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우리의 문화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목표인 정보기술(IT)대국도 문화콘텐츠를 빼놓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음반, 게임, 방송물, 영화(비디오 포함),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문화콘텐츠와 관련된 6개 분야의 국내 시장 규모가 2001년 기준으로 12조원을 넘어섰고, 외국까지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우리가 문화콘텐츠 산업육성을 강조하고, 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하나의 성공한 문화콘텐츠가 그것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재창조되면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부가가치를 생산해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성공한 영화 한편의 수익이 현대자동차가 수출하는 이익과 맞먹을 정도라고 하며, 영국의 조앤 롤링이 쓴 해리포터 시리즈의 경우 소설에 이어 영화로도 엄청난 매출을 올렸고, 게임과 완구로 제작되는 등 수익의 고리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문화콘텐츠를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대표주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시장경쟁을 겪으면서 성장해야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가 빠르다. 영화와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기업이 영세하고, 기술력도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로젝트 투자가치 평가모델 마련과 함께 창의적인 전문인력 양성, 기술개발 확대, 문화산업 유통 합리화 및 시장구조 개선을 통해 문화콘텐츠산업 발전 기반을 구축, 능력있는 벤처기업인을 문화콘텐츠 관련산업으로 끌어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