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반도체 이후의 캐시카우

◆이기영 스메이트 사장 kyrhee@smate.co.kr

 

 마케팅 이론에서 기업이나 상품의 주기를 설명할 때 ‘캐시카우(cash cow)’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기업과 상품이 초기에는 의문부호 수준이지만 시장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모델이 캐시카우다. 언론이나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스타 단계를 지나 돈을 벌어다 주는 젖소라는 말로 표현되는 캐시카우는 매우 재미있고 기발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경제의 돈 벌어다 주는 젖소는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반도체였다. 주변국과 중심국으로 세계를 나눠 지식을 설명하는 MIT 서로 교수의 논리를 빌리자면 우리나라는 주변국에 속한다. 그것도 사대주의가 짙게 깔려있는 주변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우리가 세계의 어느 중심국에서도 공히 인정되는 ‘젖소’인 반도체를 아이템으로 세계 경제의 일익을 주도하는 것은 매우 반가운 모습이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님을 누구도 잘 알고 있다. 준비하고 계획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나가 되어 노력했던 결과로 나타나는 당연한 수확이다. 어려운 무한경쟁의 세계경제 상황속에서 자원이 빈곤한 우리가 그나마 현재를 버텨나가는 버팀목이 반도체다.

 아쉬운 것은 이 젖소가 늙어간다는 데 있다. 반도체 단가의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성숙기 말기에 여실히 나타나는 가치하락 증세 등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 돈 벌어다 주는 효자산업 다음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사실 고민은 그보다 더 앞서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었다. 불과 3년 남짓 전에 생각을 했었고 절감했었고 실행에 옮기려 노력했었다. 바로 벤처산업이다. 비록 시작은 또 중심국에서 먼저 시작해서 꽃을 피웠지만 우리다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벤처 열풍을 냄비근성이라고 치부하지만 그래도 21세기 경쟁력있는 자원은 인적자원이다.

 이러한 기치아래 그 풍부한 자원을 자위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낙관했던 그 때 그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자신과 그가 속한 집단의 일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벤처 흥국론(興國論)’을 외쳐댄 것인가?

 지금 한국의 벤처는 많이 지쳐있다. 그리고 기가 죽어있는 것 같다. 한 때는 열화와 같은 성원속에 기대감을 한몸에 받으면서 희망차게 미래를 도모했었다. 그 시작도 좋았었다. 그리고 지금도 한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꺼져가는 듯한 벤처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속에서 꿈을 키우고 있거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 속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의 짙은 꿈을 가지고 산다. 돈보다 더 귀중한 열정과 그 뒤에 올 희열과 자기만족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뛰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중심국도 과거에는 주변국이었고, 현재의 대기업도 과거에는 벤처였듯이 현재만으로 미래를 보지 말았으면 한다. 현재의 벤처가 없으면 미래의 대기업도 세계적인 기업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차세대 캐시카우를 위해 심각하게 다시 고민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것은 벤처임을 모두가 주지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CEO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어깨를 한껏 펴고 가슴을 내밀고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기세를 되살려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벤처에는 오직 캐시카우 단계만이 존재할 뿐이다”라고 말이다.

 더 나아가 벤처 주변에서는 미래의 젖소가 충분히 젖을 낼 수 있도록 양분을 주고 격려하고 받쳐주도록 노력하자. 영원한 젖소로서의 벤처가 한국을 먹여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를 통해 돌아오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 될 것이라는 것도 이해하자. 벤처에 힘을 실어주자. 지속적인 캐시카우는 벤처코리아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