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이라크전 종결시점 놓고 노심초사

 이라크 전쟁이 얼마 동안 지속될 것인지를 놓고 각국 정부와 경제계·산업계가 주판알 튀기기에 바쁜 가운데 전쟁이 가급적 단기전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각국의 기대와 달리 1개월을 넘겨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전쟁이 2주일내에 끝나면 단기전으로, 또 한달을 넘기면 장기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전쟁이 단기전이냐, 장기전이냐에 따라 수출은 물론 증권시장, 세계 경기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쟁의 종결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IT업계는 이번 전쟁이 당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약속대로 2주일 안에 종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경우 유가, 환율 등이 안정세를 되찾고 주가와 투자심리가 상승하며 정보기술(IT) 수요도 꾸준히 신장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라크와 미·영 연합군의 현격한 전력차를 감안할 때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연합국의 군인수는 30만명으로 걸프전 당시 다국적군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전자기파를 발사해 통신회선 등을 마비시키는 ‘e폭탄’, 명중률을 높인 개량형 ‘스마트 폭탄’과 같은 첨단 신무기가 속속 선보이는 등 물량면에서 이라크를 압도하고 있다. 반면 이라크의 군사력은 걸프전에 비해 3분의 1 가까이 떨어졌으며 탱크·전투기 등도 낙후돼 제대로 가동할 수 없는 게 많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부상설에 이어 사망설까지 나오고 있고 이라크 고위 군관료들과 항복회담이 오가고 있다는 보도 등으로 이라크전이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같은 뉴스들이 미국 측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실제 전황은 다르며 전쟁이 1개월 이상 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백악관이 장기전 가능성을 언급,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군의 첫 희생자 보고를 듣고 “장기적이며 잔혹한 전쟁(long and bloody war)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군사전문가들은 걸프전 때 국경수비의 취약성을 경험한 후세인이 국경보다는 바그다드를 지키면서 시가전으로 이끄는 등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작전을 세운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군 공습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집중 부각, 반전 여론을 확산시키면서 아랍권의 단결을 이끌어낼 경우 단기간에 끝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유정파괴, 대량살상무기 사용 등으로 전쟁이 지속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라크군 주력부대가 바그다드에서 저항하면서 후세인이 생존할 경우 전쟁이 지리멸렬하게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전쟁기간을 조사한 결과 ‘수일안에 끝날 것’이라는 응답과 ‘수개월 지속될 것’이란 응답이 40%대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합국의 한 축인 영국내에서도 장기전에 대비한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