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휴대폰시장은 넓다

◆이가형 어필텔레콤 사장 ghlee@appeal.co.kr

 

 2002년은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IT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해였다.

 전세계적인 IT산업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마음껏 과시했고, D램·플래시메모리·TFT LCD 등에서 세계 시장의 선두위치를 확고히 했다. 그 중에서도 휴대폰은 전세계에 ‘코리아’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인 대표상품이다.

 정보통신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수출은 전년대비 32.1% 증가한 112억4700만달러를 기록, 경제성장의 엔진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특히 최근 2∼3년 동안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형이동전화(GSM) 시장까지 넘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일본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단연 올해 IT업계 최대 화두는 ‘메이드 인 코리아’ 휴대폰의 승승장구가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휴대폰업체들의 주요 수출시장이 중국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

 이는 중국 시장 상황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경영여건이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작년 하반기 중국 휴대폰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가격인하 경쟁이 촉발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TCL·닝보버드를 위시한 중국 로컬업체들의 자국 시장점유율이 40%를 육박하는 수준까지 급등하며 국내 업체들의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위협적이다.

 또 국내 업체들이 중국 시장만 바라보고 있다가 또 다른 넓은 시장으로 나아갈 적기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걱정도 드는 게 사실이다.

 이미 한국 시장을 통해 CDMA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완료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속속 CDMA를 채택하고 있는데다 여전히 세계 시장의 70% 수준을 차지하는 GSM의 주무대인 유럽 시장 등은 아직 기회의 땅으로 열려 있다.

 특히 10억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IT산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도 매우 커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차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인도 시장은 2002년에서 2005년까지 연평균 20%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더군다나 인도에서 CDM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릴라이언스사의 경우 CDMA 서비스 특화를 통한 사업확대를 추진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추진, 국내 휴대폰업체들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미와 중남미도 cdma2000 1x 도입이 이루어지며 2005년까지 각각 14.3%와 12.9%의 성장을 보이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중동·동남아·아프리카의 많은 지역들은 아직도 이동통신의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넓은 세계 시장을 놓고 볼 때 한국 휴대폰의 세계 진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 이곳 저곳에서 휴대폰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휴대폰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우리 IT산업의 자존심이다.

 세계 속에 한국 휴대폰의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