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뉴인더스트리]접시형 위성 방송 시스템

  이라크 전쟁터를 누비는 것은 병사들만이 아니다. 전쟁의 참혹상을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종군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결코 병사들의 그것 못지 않다. 당연히 병사들의 첨단 무기 못지 않게 종군 기자들이 들고 다니는 위성 방송 시스템 등 통신 장비들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이라크 전에서는 전쟁터에서 촬영한 전투장면을 전세계에 방송할 수 있는 위성 방송 시스템이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스웨덴 벤처회사 스웨-디시새틀라이트시스템스가 영국 BBC과 미국 ABC, 일본 NHK 등에 공급하고 있는 IPT셔트케이스<사진>다.

 이 제품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위성 방송 시스템의 크기가 90㎝에 불과하고 무게 또한 36㎏로 휴대할 수 있는 비교적 소형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제 종군기자들은 전쟁터를 누비며 촬영한 전투장면을 현장에서 편집한 후 바로 위성과 인터넷 등을 전세계 TV 시청자와 네티즌들에게 전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디오 양상의 품질도 비교적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영국 BBC와 미국 ABC 등의 방송사들은 이라크 전쟁에 투입한 종군 기자들이 전쟁터에서 비디오 또는 카메라 휴대폰 등으로 촬영한 전투장면을 2Mbps의 속도로 전세계에 방송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가정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즐기는 디지털가입자회선(DSL)과 비슷한 속도다.

 전세계 TV 시청자들은 첨단 무기가 총 동원된 이라크 전쟁의 전투상황을 병사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으면서 비로소 전쟁을 ‘이념적으로 조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데에는 이처럼 소형 위성 방송 등 개인화된 미디어 기술이 발전한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폴 그래보위츠 교수(미디어과)는 “전쟁의 역사는 곧 뉴 미디어의 역사”라고 할 만큼 “그 동안 전쟁과 TV 등 매스 미디어의 발전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91년 걸프전쟁 덕분에 CNN 등 거대 케이블 방송 네트워크들이 전성기를 맞았다면 미래의 전쟁 보도는 보다 개인화된 주의·주장을 펼 수 있는 민주적인 미디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 스웨-디시의 위성 방송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영국 BBC와 미국 ABC 등 방송사들 외에도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과 에릭슨, 텔리아 등 통신 서비스 및 장비 업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중에 BT와 에릭슨은 전세계 이통 가입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카메라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자체적으로 편집한 후 위성을 통해 전세계 이통 가입자들과 주고받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1∼2년 안에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휴대폰은 ENG 카메라와 이동 방송 송수신 센터의 역할까지 겸하게 될 전망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