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탓 IT지출 축소"

 이라크 전쟁이 세계 정보기술(IT) 부문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자 및 자문업체 메릴린치가 미국내 50개 및 유럽내 25개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7%는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IT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CIO들은 이번 전쟁이 어떤 의미로든 IT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쟁이 조기종결될 경우에도 IT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10%에 그쳤다.

 특히 이번 전쟁은 IT제품 판매 성수기인 3월에 진행되고 있어 기본적인 수요마저 가로막으면서 IT업체들의 매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관행적으로 IT 벤더들은 분기실적을 맞추기 위해 3월중 제품판매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전쟁으로 기업들이 IT 지출을 줄이고 있어 벤더 입장에서는 제품가격을 낮춰 판매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벤더들의 수익구조가 한층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릴린치는 또 한편으로 전쟁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IT업체들의 계약이 지연되고 있어 업계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은 지난 2월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고 밝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나 EMC도 3월 분기 매출 달성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릴린치의 스티븐 밀루노비치 애널리스트는 “전쟁으로 인한 경기하락으로 IT업체들은 매출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면서 “전쟁이 끝나도 IT 지출을 늘리는 기업체들은 별로 없으며 따라서 구조적인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일부 품목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케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서버나 오픈소스인 리눅스 서버에 대한 CIO들의 관심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메인프레임의 매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CIO의 8%만이 메인프레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나마도 IBM이 제품(코드명 티렉스)을 올 여름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에 발생한 수요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