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지난 91년 걸프전때 전쟁을 ‘단일한’ 시각으로 지켜봤다. 당시 걸프전 뉴스는 똑같은 동영상과 대통령 담화, 국방부 브리핑 등 언론매체와 상관없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정보로 짜여졌다.
이번 이라크전도 개전 첫 24시간 동안의 보도상황은 91년 걸프전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9·11 미 테러사태 이후 대안매체로 주목받았던 소수의 온라인매체가 기존 매체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하면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웹이나 전자우편 등 온라인이 뉴스 콘텐츠뿐 아니라 뉴스의 맥을 짚어주고 미묘한 차이를 분석해내고 있다.
이번 전쟁과 관련된 정보량은 가히 압도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수백명의 전문기자들이 이미 중동 현지에 급파됐으며 이들의 보도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전세계에 전달되고 있다.
기자들은 대부분 첨단 기자 전송장비로 무장했다. 이들은 최신 통신기술을 이용해 현장소식을 놀라울 정도로 즉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일부 매체는 정부 발표문 베끼기를 거부하고 있다.
대다수 미국 언론은 전운이 감돌던 시기에 내부 갈등이나 반전 주장을 “겁쟁이들의 우는 소리”라고 경멸한 반면 영국 언론은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다른 시각의 정보와 의견을 제공했다.
런던옵서버는 몇주전 국가안보국(NSA) 관리의 문서를 인용,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원국 대표단을 염탐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미국 언론은 이 보도를 경시했으나 다른 나라 언론과 인터넷은 이를 크게 다뤘다.
특히 블로그(blog) 등 개인 미디어만큼 진실성이 뛰어난 매체도 찾아보기는 어려울 듯싶다. 이 미디어는 거시적으로 볼 때 아이디어 시장을 확대시키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일부 블로그는 의견의 여과 및 대화의 장 역할을 하면서 프로 및 아마추어 저널리즘을 걸러내 가장 흥미로운 보도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데이브 파버의 메일링리스트 ‘재미있는 인물(Interesting People:http://www.interesting-people.org)’은 가입자끼리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발굴, 공유한다. 독자들은 파버에게 유용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파버는 다른 독자들에게 이를 전파하는 것이다.
정치 블로그들은 대부분 정책문제에 집중해 요즘은 전쟁과 국제정치가 이들 블로그의 핫이슈로 등장했다. 정치 블로그는 요란스럽기만 하고 가끔 내용이 없을 때도 있지만 때때로 독자들의 선입견을 반성하도록 유도한다.
정보의 출처와 신뢰성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온라인 정보는 가끔 오프라인 정보보다 진실 여부를 밝히기가 어려운 때가 있다. “바그다드 시민의 느낌을 전달한다고 주장하는 블로그 기자의 말을 믿을 만한가”와 관련한 온라인 토론이 한창이다. 온라인 저널리즘도 전통 출판물 및 방송에 대한 신뢰등급과 유사한 제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상호작용성이 매우 강한 인터넷이 정보기술과 네트워크의 발전과 보조를 맞춰 자연스럽게 부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 전쟁을 통해 전격 부상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기자들이 첨단 휴대형 통신장비로 자신들의 시각과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징후로 비쳐진다.
정계와 재계는 현실이 흑백논리가 아닌 무한한 회색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언론계도 일상생활의 예민한 부분을 다루고 있어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지도자들과 주요 언론은 복잡한 문제를 간단한 구호로 단순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대안매체는 더이상 이같은 단순화가 어렵도록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