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엘리베이터업체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눈앞에 두고 수요개척에 본격 나서고 있다고 니혼코교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경기불황이 10년을 넘어서는 올해 일본에서는 ‘특수’란 단어가 이채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때 아닌 특수의 이유는 오히려 간단하다. 보통 엘리베이터의 수명은 길어봐야 20년 정도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현재 일본 고층 오피스텔 빌딩들은 일본 경제가 고도 성장하던 지난 70년대에 들어선 것들이 많다. 당시 빌딩의 엘리베이터에 대한 교체시기가 올해로 임박한 것. 따라서 엘리베이터업체들은 신규 수요가 창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2003년 문제’도 특수에 한 몫한다. ‘2003년 문제’는 올해를 기점으로 해 도쿄 등에 세워질 초고층 빌딩군이 불러일으킬 ‘수요-공급 파괴문제’를 일컫는다. 건설업체들이 초고층 빌딩을 속속 건설하고 있는데 비해 경기불황 여파로 입주 대상자들이 줄어 텅 빈 오피스텔 빌딩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기존 빌딩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즉, 오피스빌딩이 과잉 공급되면서 전체 공실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 이미 지난해부터 사태의 심각성이 예고돼 왔다.
지난해 도쿄역 앞에 마천루 빌딩군이 들어선 데 이어 올해에도 록봉기·시나가와 등 도쿄 곳곳에서 대형 고층 빌딩숲이 즐비하게 조성될 예정이다. ‘2003년 문제’는 이미 진행중인 문제인 셈이다.
엘리베이터업체들은 이 ‘2003년 문제’에 은근히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입주자 유치경쟁은 기존 빌딩 업체들의 ‘건물 꽃단장’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꽃단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건물의 얼굴에 해당하는 엘리베이터이기 때문에 먹을 ‘파이’가 크다.
들어온 복을 놓칠세라 엘리베이터 업체들은 벌써부터 동분서주하고 있다.
도시바엘리베이터는 이번 특수를 전담할 ‘리뉴얼(Renewal)사업부’를 신설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또 도시바는 지난 24일 기존 빌딩을 타깃으로 한 상품인 ‘뉴 스페셜’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뉴 스페셜은 정지시 바깥과의 틈새가 기존의 3분의 1로 줄어든 1㎝ 정도인 엘리베이터다. 점자형 버튼의 크기를 예전에 비해 1.4배나 크게 하는 등 장애인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했다. 또 통상 건물 옥상에 설치돼 엘리베이터 체인을 감아 올리던 기계실을 없애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가격은 9인승에 1100만엔(1억1000만원) 정도로 올 판매목표를 4000대로 잡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빌딩테크노서비스도 경쟁업체인 도시바를 주시하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쓰비시는 우선 다음달부터 대형 백화점이나 호텔을 타깃으로 한 초호화 엘리베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제품은 2년전부터 기존 엘리베이터 갱신을 위해 투입돼 온 범용 승강기 ‘엘레모션’을 대폭 개량한 것이다. 화려함에 비해 가격도 15인승용이 대당 750만엔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또한 하루만에 기존 엘리베이터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등 교체 공정시간을 최소화했다. 미쓰비시는 이런 ‘고성능·저가격’을 무기로 올해 300대 이상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밖에 히타치는 지문인증 시큐리티 및 절전형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 승강기 개발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최근 몇년간 일본 엘리베이터 시장은 연간 3만∼3만5000대 규모에 그치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왔다. 이 때문에 엘리베이터 업계가 이번 ‘때 아닌 특수’에 거는 기대는 더욱 각별하다.
초고층 빌딩들이 대거 밀집해 있는 신주쿠 도심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