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디스플레이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오히려 막다른 길목으로 몰리고 있다.
ebn은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M&A), 구조조정, 공동 개발 파트너 물색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프로세서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공급업체인 제네시스마이크로칩은 최근 디스플레이 컨트롤러 반도체 업체인 픽셀웍스와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으며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업체인 스리파이브시스템스은 손실이 늘고 있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사업부를 ‘스리파이브마이크로디스플레이’로 독립 상장시키기로 했다.
디지털광투사(DLP) 기술에 기반을 둔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업체로 발광 엔진 개발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오던 인포커스는 TV 업체인 톰슨RCA를 공동개발 파트너로 끌어들여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인포커스는 이 발광엔진을 톰슨이 올해 하반기 출시예정인 50인치 HDTV용으로 공급하게 된다. 또 LCD 및 EL 디스플레이 업체인 플래나시스템스는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올해말 미 오리건의 생산 공장을 핀란드로 옮기기로 했다.
중소규모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로 벤처 자본 유치가 쉽지 않은데다 시장 호황의 과실은 대형 업체들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컴퓨터와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주변기기 분야의 벤처투자는 총 100건에 7억8310만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143건 11억3000만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와 관련, 아이서플라이의 폴 세멘자 애널리스트는 “파이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대형 LCD 업체의 몫”이라며 “자금 여력이 있는 삼성전자나 LG필립스 등은 팹 건설과 R&D 투자를 계속해 선두를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금 환경이 악화되면서 중소업체들은 제품 상용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OLED 업체인 이메진은 운영자본이 부족해 3000만달러치의 부품 구매 계약을 취소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 대대적인 감원도 실시했었다.
이메진의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인 개리 존스는 “운영자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모르겠다”며 “채무 상황을 개선하고 고정 및 유동 경비를 줄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LEC 디스플레이 IP 업체인 영국 케임브리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CDT)의 데이비드 파이프 CEO도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고객사도 아직까지 R&D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들이 앞으로 2∼3년 후까지 우리의 기술에 충성을 보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소규모 업체들은 자금 문제를 해결해도 소수의 대형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 파고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서플라이의 세멘자는 “이들이 어떻게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갖추느냐가 다음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