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통신분야의 대표적인 ‘통신1세대’인 신윤식 하나로통신 사장(67)과 김창곤 정보통신 정보화기획실장(55)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창곤 실장은 먼저 “후배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물러나겠다”는 결심을 천명했고 신 회장 역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싶다”며 용퇴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모두 정보통신부 출신이다. 신 회장은 정통부 전신인 체신부 차관 자리까지 오른 뒤 데이콤·하나로통신 등 민간기업의 CEO로 성공적으로 변신, 매번 입각 순위 1번으로 거명됐던 인물이다. 김 실장 역시 기술고시 출신의 엔지니어 고위관료(1급)로 전문성을 인정받으면서 정통부를 이끌어가고 있다.
두 사람의 퇴장에 눈길이 집중된 것은 우리 정보통신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역들이어서다. 신 회장이 우리나라를 초고속인터넷(ADSL)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야전 사령관이었다면 김 실장은 CDMA 강국의 일등 공신이다.
신 회장은 지난 96년 국내 초고속인터넷 상용화를 주도한 인물로 ‘하면 된다’는 명제를 입증한 인물이다. KT(당시 한국통신)가 ISDN을 밀어붙이던 당시 마이너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의 수장인 그는 전격적으로 초고속인터넷 상용화를 선언, 국내 산업지도를 바꿨다.
결국 KT가 하나로통신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ISDN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국내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탄력을 받으면서 세계 1위의 초고속인터넷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 때문에 그는 ‘ADSL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김 실장은 ‘CDMA 전도사’로 통한다. 지난 94년 이동통신 도입시 CDMA냐 GSM이냐 하는 논쟁 때 CDMA를 끝까지 고수해 관철시키는 뚝심을 발휘했다. 당시 KT무선개발본부장이던 이상철 전 장관까지 CDMA에 부표를 던질 정도로 성공에 회의적이었던 때다. 그는 CDMA 단말기를 들고 현장을 누비면서 기능을 직접 테스트하는 등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전전자교환기(TDX)의 국산화 주역도 바로 그다. 삼성전자도 이때 교환기 사업을 통해 오늘의 기반을 마련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한 사람은 통신업계 대부로서, 또 한 사람은 고위 기술관료로서 한꺼번에 용퇴하기로 한 것을 놓고 보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면서도 “통신1세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처럼 이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