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은 소니가 차세대 대용량광디스크 규격인 ‘블루레이(Blue-ray)’ 하드웨어를 처음 발매하는 날이다. 소니는 음향·영상(AV)기기의 최강자이자 동시에 비디오에서 DVD에 이르는 동안 규격경쟁의 최대 ‘패배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규격 DVD에 비해 최소한 6배 이상의 저장용량을 가진 블루레이 DVD가 출시되면 이 분야 주도권도 새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루레이 출시를 앞둔 세계 DVD규격전쟁과 소니의 야망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작년 2월 19일, 일본 소니·마쓰시타·히타치·샤프·파이어니어, 네덜란드 필립스, 프랑스 톰슨, 한국 삼성전자·LG전자 등 이른바 세계 유수의 9개 가전업체가 이날 차세대 DVD를 노린 통일 규격을 내놨다. 이날은 소니가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야심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당시 이들이 공식적으로 새 규격을 제안하면서 내놓은 변은 “중국 등에 의한 저가격 공세에서 벗어나고 소비자에게 보다 나은 영상매체를 선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름하여 ‘블루레이’.
블루레이 디스크는 비디오는 물론, 현행 DVD플레이어, DVD리코더까지 모두 뒤엎는, 말그대로 새로운 영상매체의 도래를 의미했다. 현행 DVD보다 저장용량이 최소한 5∼6배 크다. 일반 TV영상이라면 약 40시간, 디지털 고화질 영상은 약 2시간 분량을 기록할 수 있다. 차세대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다.
그런데 시점이 묘했다. 지난해 2월은 DVD디스크를 볼 수 있는 DVD재생전용기 보급이 막 궤도가 오르던 때다. 더구나 녹화도 하고 볼 수 있는 DVD리코더는 아예 시장 안착도 안된 상태였다. ‘왜?’ 거기에 소니의 야심이 녹아있다. DVD시장 판을 아예 침몰시키고 새로운 ‘블루레이’ 판을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는 DVD 디스크 싸움에서 패배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있다.
많은 사람들이 DVD 디스크 분야에선 비디오의 ‘VHS 대 베타’와 같은 전쟁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이면은 더욱 치열하다.
소니·필립스는 94년 12월 ‘멀티미디어CD(MMCD)’ 규격을 내놨고 다음해 1월 도시바·마쓰시타 등 7개사는 DVD의 모체가 된 ‘SD’를 들고 나왔다. 도시바는 할리우드 영화사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세를 장악, 결국 소니가 같은해 8월 도시바에 규격통일을 제안했다. 바로 DVD다. 현행 DVD규격에는 도시바·마쓰시타가 개발한 기술을 기초로 하고 소니 기술 일부만이 포함됐다. 규격전쟁의 가장 큰 떡인 특허료에서 소니는 거의 배제됐다. 패배자인 셈이다.
일본 한 전문가는 “블루레이 규격은 현행 DVD에서 사용되는 특허를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일부러 피해가며 만들어졌다”고 지적한다. 기존 DVD 승자들에게 한 푼도 주고 싶지 않은 게 소니의 속내다.
결국 소니의 야심대로 시나리오는 움직였다. 그래서 작년 2월 19일은 소니에 있어 기나긴 규격 패배사에서 벗어날 희망을 싹틔운 날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모두(?)’ 모여 통일 규격을 만든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시바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 있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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