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망 영역 `붕괴`

 방송통신융합 및 다매체 다채널화가 가속화되면서 방송사업자간 역무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최근 스카이라이프는 케이블TV방송사업자(SO)와 첫 제휴 아래 디지털 SCN(Satellite Cable Network) 서비스를 실시키로 했다. 아울러 정통부도 그동안 SO와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이 사용해온 공동주택 공청시설 및 구내선로를 위성방송에도 개방하는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이같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할 만한 방송법 등 제도적인 정비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 역무경계가 무너진다=스카이라이프가 성남지역SO인 아름방송(대표 박조신)과 내달부터 실시할 예정인 디지털SCN 서비스는 SO의 방송센터에 위성방송의 신호변환장치를 설치, 케이블망을 통해 위성방송을 전송하는 형태다. 현행 방송법상 종합유선방송과 위성방송은 각각 전송·선로설비와 인공위성 무선국을 이용해 행하는 방송으로 역무가 규정돼 있어 이번 협력은 고유역무 붕괴의 신호탄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와 함께 스카이라이프가 SDM-IF(Satellite Distribution Method-Intermediate Frequence) 방식을 통해 아파트 등 대규모 공동주택의 대규모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위성공시청안테나(SMATV) 이용에 나서면서 기존 유선방송사업자의 역무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자간 갈등 고조=이같은 스카이라이프의 사업추진에 대해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대행 김용정)는 31일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카이라이프의 SCN 서비스는 현행 방송법·공정거래법 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케이블TV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협회는 당초 케이블TV 업계가 상생방안으로 내놓았던 SCN 서비스와 달리 스카이라이프측이 내놓은 디지털SCN은 결국 SO를 단순한 전송망사업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스카이라이프측도 이날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아름방송과의 협력은 위성방송과 SO가 협력을 통해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법에 위반될 만한 부분은 관계부처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책당국 입장정리 고민=현재 방송위원회·정통부 등 관계부처들은 이같은 사업자간 공방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통부 전파방송관리국 방송위성과 조윤구 사무관은 “매체간 균형발전을 위해 SCN 도입은 권장할 만한 사항이지만 법제도상 저촉될 만한 부분은 있다”며 “그러나 아직 정통부의 정확한 입장을 정리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방송위 행정2부 관계자도 “사업자들이 입장을 충분히 파악하고는 있으나 공식 입장은 신중히 검토중”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방송계에서는 날로 가속화되는 역무경계 붕괴에 신속히 대응할 만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으나 사업자간 반발을 잠재우고 의견을 수렴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