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집단이 방송법을 어기면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소유를 늘려 가고 있으나 이를 감독해야 할 방송위마저 소극적으로 대응, 대기업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 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케이블채널 가운데 알짜인 홈쇼핑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CJ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법이 허용한 소유지분제한규정을 어겨가면서 SO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CJ케이블넷은 양천방송·경남방송·마산방송·중부산방송·가야방송 등 5개 SO를, 현대백화점그룹도 서초케이블TV방송·DCC·경북케이블TV방송·금호케이블TV방송·부산케이블TV방송·청주케이블TV방송·관악케이블TV방송 등 7개 SO에 대해 지분을 보유중이다. 표참조
이들 대기업집단은 케이블채널의 지분 중 48%에서 93%까지 보유, 법에서 규정한 지분을 초과해 보유중일 뿐만 아니라 경영권마저 완전 장악했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발효된 방송법과 방송법 시행령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지정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3조원 이상인 대기업과 그 계열회사는 SO 및 위성방송사업자 주식총수의 100분의 33을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법규정이 발효된 지 3개월이 다 지나가도록 CJ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적극적인 시정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비슷한 공정거래법 사례와 비교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방송법은 지키지 않아도 큰 지장이 없고 소액의 과징금 처분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이러한 현상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체도 업체지만 이를 바로잡아야 할 방송위가 문제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2월초 CJ 계열의 5개 SO와 현대백화점 계열의 7개 SO에 대해 현재 실정법을 어기고 있음을 전달하고 시정계획을 발송하도록 요구했으나 시정계획이 미흡해 재제출을 요구하는 게 고작이다. 법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한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위 관계자는 “시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정책방향이 지분제한을 완화하는 쪽이고 그룹사의 규모와 당장 매각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 충분한 시간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CJ그룹측은 “조만간 방송법이 개정될 것으로 보여 일단 그룹차원에서 SO 지분을 매각할 의사는 없다”면서 “하지만 개정이 어렵다면 방송위와 협의해 적절한 초과지분 해소를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송위와 두 그룹사는 지난해 4월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기업의 SO에 대한 지분제한을 폐지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라 적극적인 시정요구와 시정계획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측은 “당장 처리해야 할 중요 법안이 산적해 이 개정법안이 올해안으로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며 “법안이 계류중이라는 이유로 방송위와 두 그룹사가 현행법을 적극적으로 시정하고 지킬 의지가 없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 통과와 제2기 방송위 구성의 지연으로 방송정책 현안을 처리하기 힘들 수 있으나 명백한 불법 행위를 적극적으로 시정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