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들 빅뱅 이론 규명 뭉친다

 IBM·HP·인텔 등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첨단 컴퓨터 장비가 우주탄생 기원 학설인 ‘빅뱅’ 이론을 규명하는데 동원되며 이 프로젝트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이 비즈니스에 접목된다.

 3일 C넷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 최대 물리연구소 CERN은 이들 컴퓨터 업체들의 서버·스토리지·반도체로 이루어진 컴퓨터 네트워크를 건설, 빅뱅 이론의 사실 여부 추적에 나선다고 밝혔다.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한 CERN은 우선 빅뱅 이론 규명을 위해 오는 2005년까지 대규모 컴퓨터 장비로 구성된 거대 강입자 충돌형 가속기(LHC:Large Hadron Collider)를 만들어 빅뱅 당시 생성된 입자와 똑같은 물질의 존재여부 확인에 나선다.

 CERN측은 과학자들간 정보공유를 위해 IBM·HP 등의 서버로 구성된 ‘오픈랩’이라는 그리드 컴퓨팅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IBM은 자사의 ‘x시리즈’ 서버 6대를 비롯해 20테라바이트 스토리지 하드웨어와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스토리지 탱크)를 제공한다. 또 HP도 32나노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구축에 필요한 서버를 지원하며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은 64비트 프로세서 아이테니엄을 공급한다.

 CERN의 책임연구원 볼프강 본 루덴은 “빅뱅 발생 당시와 매우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만일 가속기가 완전히 작동된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발생·저장·배포될 것이기 때문에 IT업체들의 고성능 장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실험으로 인해 초당 페타바이트(1페타=1조)의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제껏 해본 실험 중 가장 많은 양의 데이터가 빅뱅 규명 실험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서 얻어진 데이터는 전세계 수백개의 연구소에 있는 과학자들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네트워크 업체 엔터레이시스네트웍스는 CERN의 컴퓨터 인프라와 외부 과학자들의 컴퓨터를 연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10기가비트(1기가=10억) 이더넷 백본망을 제공한다.

 IBM 대변인 마이크 다르시는 “그리드 컴퓨팅은 차세대 유망 분야”라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비즈니스화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