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DVD전쟁 소니의 도전](하)네번째 승부수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CEO 겸 회장은 90년대 ‘소니의 신화’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95년 취임과 동시에 ‘디지털 드림 키즈’를 내세우며 소니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일본 업계는 실패를 밟고 성공을 일궈낸 CEO로 그를 기억한다.

 이데이 회장은 83년 소니 PC 개발을 담당한 MIPS(Media, Information Products and Systems)사업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음향·영상(AV) 강자인 소니는 이때 PC에 도전,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95년 사장 취임과 동시에 이데이 회장은 PC사업 재진입을 결정, 현재의 소니 PC브랜드인 ‘바이오(VAIO)’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소니가 PC사업의 강자라는 점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 이데이 회장 지휘 아래 소니는 ‘블루레이(Blu-ray)’를 내세워 비디오·재생전용DVD·녹화가능DVD 규격경쟁에서 맛 본 쓰라린 패배를 설욕할 네번째 도전에 나선다. 오는 10일 소니는 블루레이 디스크 방식을 채택한 첫 녹화재생기<사진>를 출시하며 첫발을 내디딘다.

 ‘대용량 광디스크’ 규격경쟁의 맞상대인 도시바의 ‘AOD’보다 한 발 앞선 신속함이 돋보인다. 도시바는 내년에 AOD 가정용 리코더를 내놓기로 했지만 소니의 공세로 일정을 앞당길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는 이번 ‘4월 10일 출시’에 맞추기 위해 지난해말 니치아화학공업과 광원 부품인 청색레이저의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소니와 니치아가 상호 특허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양산기술을 앞당겼다.

 모델명 ‘BDZ-S77’로 이름지어진 이번 재생녹화기는 저장용량이 23Gb로 기존 DVD리코더의 5배다. 이번 제품은 블루레이 디스크를 채택하지만 시판중인 DVD도 볼 수 있다. 또 DVD-RW규격으로 녹화된 디스크도 재생가능하다. 희망 소비자 가격은 45만엔(약 450만원)으로 DVD리코더보다 4∼5배 정도 비싸다. 일본 업계에서는 이번 1탄은 시험 판매용으로 2000∼3000대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니가 두번째 모델을 내놓을 시점에서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보급용 가격대 제품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니가 이렇듯 블루레이를 들고 뛰고 있지만 블루레이 동맹군 8개사의 움직임은 둔하기만 하다. 소니·마쓰시타·필립스를 제외한 6개사는 블루레이가 승리한다 해도 특허료 수입이란 떡고물이 없다.

 파이어니어는 ‘2007년 전후에나 블루레이 재생녹화기를 내놓을 계획’이며 히타치도 ‘첫 모델은 일러도 2004년’이라고 물러섰고 일부업체는 아예 ‘도시바·NEC방식의 기술 연구도 진전시키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떠든다. 또 마쓰시타는 DVD규격경쟁 승리자이자 일본내 최대 시장점유자로서 DVD판을 엎을 생각이 전혀 없다.

 소니로서는 남을 믿고 전쟁터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10일 출시예정인 하드웨어는 소니의 승부수 제품이다. 이번 블루레이 재생단말기를 통해 ‘DVD도 즐기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블루레이도 즐기는’ 소비자가 늘게 되면 소니는 2탄인 보급형 모델로 도박을 걸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