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생존경쟁 시작됐다](1)단말기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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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 동안 승승장구해온 휴대폰업계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섰다. 이동전화서비스 환경이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면서 어느 때보다 업체간 시장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기술·제조는 물론 디자인 등 어느 한 분야라도 뒤처지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도로 바뀌고 있다.

 세계시장 석권을 눈앞에 둔 국내 휴대폰업체들도 삼성 등 메이저업체를 제외하고는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따른 휴대폰 시장을 점검하고 국산 휴대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휴대폰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의 욜마 올릴라 회장은 얼마전 “올해 휴대폰 가격이 주요 메이저업체간 경쟁심화와 이에 따른 재고누적으로 인해 평균 1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분위기 탓인지 지난 1월 프랑스의 칸에서 열린 ‘3GSM월드콩그레스’의 최대 화두 역시 단연 휴대폰 공급과잉이었다. 물론 이에 따른 가격하락이 최대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휴대폰 최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경기침체 등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의 난립과 물량공세에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메이저업체도 공급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휴대폰 시장에서 신규수요가 줄어들고 대체수요가 늘어나면서 저가시장에 주력해온 업체들이 점차 하이엔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신규수요의 경우 저가폰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데 반해 고가폰에 대한 대체수요의 경우는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의 징후는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 중국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통신시장을 개방해온 중국은 올해 들어 공급과잉의 여파로 휴대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인구대국이라는 매력적인 조건 때문에 세계적인 메이저업체는 물론 중견·중소업체들까지 몰려들면서 말 그대로 휴대폰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까지 해외업체에 기술력을 의존했던 중국 로컬업체들마저 나서면서 중국시장은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 로컬 휴대폰업체 중 1위 업체인 TLC는 올해 공급량을 지난해보다 80% 증가한 90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중국 2, 3위 업체인 닝보버드와 콩카도 올해 지난해보다 각각 100% 이상씩 늘어난 1000만대, 600만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UBS워버그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의 평균가격은 189달러(약 22만7000원)로 지난해말(230달러)에 비해 22% 가량 급락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휴대폰 가격이 16%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6% 이상 내려앉은 수치다.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원은 “중국 휴대폰의 수요는 연간 최대 8000만대에 불과하지만 생산능력은 연간 1억5000만대를 넘어섰다”며 “올해 중국 시장의 평균 휴대폰 가격이 3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국시장에 의존해온 업체들은 생존마저 위협받을 정도다. 중국 휴대폰 시장의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판매단가 하락, 악성재고 누적 등으로 경영난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내수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중소업체들은 최악의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부도를 낸 스탠더드텔레콤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이성규 팬택 사장은 “전세계 휴대폰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제품을 적기에 출시해 제 값을 받아야만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중국 휴대폰 시장 평균 가격(단위:위안)

 

 1999년 2200

 2000년 2234

 2001년 1960

 2002년 1724

 2003년(E) 1034

 

 중국 로컬업체 휴대폰 시장점유율(단위:%)

 1999년 3.5

 2000년 9.1

 2001년 15.3

 2002년 32.6

 2003년 44.5

 자료:CC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