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랩톱 컴퓨터 ‘더 얇게 더 가볍게’

 최첨단 랩톱 컴퓨터들이 ‘몸무게 줄이기’에 한창이다.

 최신 랩톱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센트리노(Centrino)’ 무선 칩세트를 내놓은 인텔 프로그램이다. 세 가지 칩으로 이루어진 이 패키지는 무게가 덜 나가는 랩톱에서 성능은 높이고 무선접속을 지원하고 있다. 또 배터리 용량도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최근의 랩톱 기술 혁신은 정말 흥미롭다. 1년 전만 해도 소니나 IBM 등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 랩톱 제조업체는 내장형 CD나 DVD드라이브가 없는 얇은 랩톱 개발에 주력했다. 이에 따라 완전한 기능을 사용하려면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확장 도크 (expansion dock)가 필요했다. 물론 지금도 이런 종류의 랩톱이 많이 남아 있지만 제조업체들은 점차 모든 필수적 기능을 한 곳에 담은 경량 랩톱 개발에 더욱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랩톱의 무게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업체는 물론 인텔만이 아니다.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칩제조 신생회사인 트랜스메타는 이미 3년 전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크루소(Crusoe)’ 칩은 가장 혁신적 디자인의 랩톱 제품에 쓰이고 있다. 지난주 미국 시장에 나온 0.5인치 두께의 ‘샤프 액티우스(Sharp Actius) MM10’도 크루소 칩이 들어가 있다.

 오랫동안 IBM과 모토로라의 ‘파워PC(Power PC)’ 칩을 사용해 온 애플컴퓨터도 DVD와 같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얇고 가벼운 컴퓨터를 개발해 냈다.

 이 랩톱의 기술혁명이 예고된 것은 2년 전 애플이 ‘티타늄 파워북(TiBook:Titanium PowerBook)’을 내놓았을 때부터다. 1인치 두께의 놀라운 이 제품은 15인치 대형화면과 내장형 슬롯방식 CD/DVD드라이브를 갖추고 있어 당시 일반적 랩톱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제품은 여전히 최신형 랩톱처럼 보인다. 지난 2월 애플은 TiBook의 소형 자매제품인 12인치 화면을 가진 파워북도 시판에 들어갔다.

 파워북 유사품도 시장에 나왔다. IBM이 기업용으로 만든 세련된 까만색 랩톱인 ‘싱크패드 T40(ThikPad T40)’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제품은 Ti북처럼 1인치 정도 두께지만 무게는 훨씬 가벼우며 배터리 성능 테스트에서 티타늄 파워북이나 12인치형 파워북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산업 관련 뉴스레터인 마이크로프로세서 리포트의 케빈 크루웰은 “모바일 칩이 랩톱에 적용되기에 충분한 정도의 성능을 따라잡았고 이제는 랩톱만으로도 모든 일에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예전에 흔히들 하던 소리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해석했다. 그는 “랩톱 컴퓨터가 기가헤르츠(Gigahertz:㎓)급 이상의 속도에 확실한 기능을 갖춰 누구나 원하는 이상의 충분한 빠르기를 보장해준다”고 덧붙였다.

 구매추세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NPD테크월드의 지난 1월 조사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용 컴퓨터 판매량 중 30%가 랩톱으로 이전의 25% 수준에서 큰폭으로 늘어났다. 랩톱은 데스크톱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이를 컴퓨터 구매금액으로 따지면 랩톱 비율이 전체 컴퓨터시장의 44%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아직 경량 랩톱을 찾고 있지 않는 것 같지는 않다. 소비자들은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기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저가 랩톱은 무게가 6파운드 이상이나 나가고 무선 접속기능도 없는데다 배터리 용량은 3시간 이하로 DVD 한편을 다 돌릴 수도 없는 수준이다.

 NPD테크월드의 스티브 베이커 분석가는 “얇고 가벼운 랩톱은 소비자들에게는 당장은 팔릴 가능성이 없는 제품”이라고 꼽으며 “소비자들이 데스크톱에 들어있는 수준의 모든 드라이브가 붙어있고 화면도 될 수 있으면 컸으면 한다. 최소한 이들은 배터리 용량, 얇기, 그리고 멋진 디자인 등을 위해 돈을 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업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비행기나 호텔, 고객회의 등을 위해 외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에게는 배터리 용량이나 무게 등이 매우 중요한 선택 이유가 된다. 이들은 센트리노와 같은 새로운 기술 제품에 돈을 더 많이 쓸 의향이 있다고 베이커는 덧붙였다.

 <김사헌기자 shkim@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