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P2P의 새로운 도전

◆배인식 그래텍 사장 isbae@gretech.com

 

 새해 들어 속속 발표되는 대표적인 인터넷기업들의 실적공개가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와 함께 관련업계를 기쁘게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혁명의 시간처럼 지나온 신경제 등장에 대한 환호와 사회적 집단 흥분상태, 뒤이어 따라온 닷컴 거품론에 대한 곤혹스러운 시간들이 마치 영화 시나리오의 계획된 극적 반전을 위한 사전준비작업 같은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다시 한번 우리의 현실에 혹여 간과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과거의 고통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의 인터넷 비즈니스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바로 거대 인터넷서비스 주체계의 완성일 것이다. 포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공룡들은 마치 온 세상의 정보와 고객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는 무조건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서비스의 규모를 확대해가고 있다.

 이는 마치 과잉투자와 고객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으로 스스로를 거대한 패쇄적 정보망으로 묶어 버린 PC통신업체들의 과거 모습을 연상시킨다. 개방형 정보망으로 불리는 인터넷이라는 문명에 이런 거대 포털들의 움직임은 분명이 잘못된 판단일 것이다.

 어느 순간 도저히 통제하기 힘든 규모의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고 고객들에게 과거에 제공하던 서비스의 품질을 제공하기에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비용상승을 일으킬 것이 자명하다.

 이에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가 바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통신회선의 보급이다. 최근들어 지금의 인터넷 환경에 가장 큰 기여를 해 온 회선사업자들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보다 빠른 속도의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미 포화에 이르고 있는 국가적 인프라환경을 생각할 때 이 또한 우리의 인터넷 환경을 다시 한번 위기로 몰아 넣을 수 있다.

 앞서 지적한 거대 서비스들은 고객들의 빠른 회선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한번 시스템을 확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포화에 이른 국가적 정보망의 규모는 자동차의 성능과는 아무 상관 없이 평균속도 시속 30㎞를 제공하는 우리의 도로사정과도 상당히 유사한 모습으로 데이터의 극심한 병목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 현재 급진적으로 발전하는 통신인프라에 걸맞은 분산형 정보서비스로의 전환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정보의 분산형 서비스로 가장 적합한 형태는 작년 저작권분쟁으로 성장에 철퇴를 맞은 P2P형 서비스일 것이다.

 현재 많은 네티즌들이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PC와 인터넷 라인의 성능과는 너무나도 떨어지는 하등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10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개인 저장장치를 가지고 있지만 고작 50메가도 되지 않는 메일용량에 시달려야 하고, 100메가도 되지 않는 커뮤니티자료실에서 분주히 모여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은 현재의 중앙집중형 서비스방식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한계일 수밖에 없다.

 물론 많은 대중이 모여들어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지금의 중앙집중형 서비스의 필요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개인중심의 서비스와 조화를 이룬다면 인터넷 강국으로서 한단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세계 인터넷 유저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들의 PC 인프라가 상당 부분 여유있는 상황에서 P2P라는 현재는 다소 부정적인 기술의 확장으로 개인 인프라의 다른 네티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또 한번 진화된 형태의 정보서비스를 구축한 통신 선진국의 면모를 확고히 할 것이다.

 또한 동북아의 조그마한 나라가 아닌 세계 정보유통의 중심국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