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특허) 무단사용,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말도 안 된다. 후발업체를 죽이려는 구실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허 소송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팽팽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세계 네트워크 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다. 이에 맞서는 피고는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테크놀로지로 최근 중국에 이어 아시아 등 전세계 네트워크 시장에서 무서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이번 소송은 당사자들뿐 아니라 전세계 네트워크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발행되는 새너제이머큐리뉴스에 따르면 시스코는 중국 화웨이가 판매하는 라우터와 스위치에 자사 기술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라우터의 성능을 결정하는 본문 기호열(텍스트 스트링), 파일네임, 버그 확인 등의 기술 등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또 “화웨이가 ‘퀴드웨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는 제품에는 이들을 포함해 적어도 자사 특허 5가지 이상과 인터넷 운용체계(OS) 소스코드를 침해했다”고 소장에서 적시했다. 또 화웨이가 최대 150만 라인의 소프트웨어 코드까지 불법으로 복사했다고 덧붙였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화웨이도 곧 반격에 나섰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자신들이 시스코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화웨이는 “시스코가 자신들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것은 미국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또 이 같은 주장을 동부 텍사스 지역 법원에 공식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는 시스코가 화웨이의 특허 침해 여부 입증과 별개로 세계 네트워크 시장에서 아시아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화웨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텍사스 주의 특허소송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화웨이는 법정 공방과는 별도로 최근 특허 침해 시비가 일고 있는 라우터의 미국 시장 수출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혀 시스코 측에 ‘법정 밖’에서 화해하자는 강력한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화웨이는 또 미국 네트워크 업체로 라우터 분야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스리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두 회사는 합작회사 화웨이-스리콤을 설립했으며 앞으로 스위치와 라우터 등 네트워크 장비를 공동 개발, 전세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시스코와 화웨이 간에 벌어지고 있는 특허 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들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