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기술 `뜻밖의 조우`

 GPS·야간투시장비·디지털 헤드업 디스플레이·지능형 운전제어 시스템·주차경고 시스템 등 군용위주로 활용되던 기술이 이라크전을 계기로 급속한 상용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USA투데이(http://www.usatoday.com)는 최근 군용으로 개발된 기술이 민간에 빠른 속도로 이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여년간 제너럴모터스(GM) 등 민간 자동차업체들은 군대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기술을 축적해왔다. 최근 들어 관련 기술의 발전과 안전한 자동차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의 마인드가 맞물리면서 자동차업체들은 이들 기술의 민간화에 박차를 가했고 업체들은 이제 막 고급 군용 기술들을 저가로 구현하면서 이익창출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들은 전자두뇌를 이용, 운전자 없이도 속도를 조절하고 자동으로 회전하는 등 원하는 제어를 할 수 있게 됐다. 충돌위험도 줄었고 충돌시에도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민간 자동차 업체들로 옮겨온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는 위성을 이용한 전세계위치측정시스템(GPS), 야간 투시장비(Night Vision), 지능형 운전제어시스템(Smart Cruise Control System) 등이 있는데 이들 기술은 특히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민간기업들에 부각되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이라크 전쟁에서 사용중인 비행기 유도 기술, 미사일 발사 기술, 군대 위치파악 기술들도 조만간 자동차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간에서 각광받고 있는 대표적인 군용 기술들 가운데 GPS기술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활용돼 길안내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이 제품이 부착된 자동차의 가격은 2000달러 정도 높다. 별도 제품이 300달러에 판매되기도 한다.

 적외선을 주로 활용하는 야간투시장비는 야간 운전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캐딜락 드빌’ 일부 차종은 2250달러의 이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열을 감지해 충돌을 방지하는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일부 GM 차종에는 이미 부착돼 있다. 전투기에서 사용됐던 기술로서 이 시스템을 장착하면 차 앞유리에 속도와 연료상태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 따라서 운전자가 계기판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

 또 다른 시스템으로는 지능형 운전제어 시스템이 꼽힌다. 레이더나 레이저 빔을 사용해 비행기의 움직임을 추적하던 이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돼 차간 거리를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가 알아서 속도를 높이거나 낮춰주는데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LS430’ 정도가 이 레이저 빔을 사용한 이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타이어 압력 모니터링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차의 주행은 물론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타이어 압력도를 운전자에게 고지하는 이 시스템은 이미 일부 군대용 자동차에 사용되고 있다. 올해 말부터 일부 트럭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밖에 레이저를 활용하는 주차경고 시스템 등이 앞뒤 범퍼에 설치돼 주차시 근처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경고음을 울린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