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협력 방식의 재정립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선임연구원 hkchoi@kisti.re.kr

 

 햇볕정책을 지속해온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이른바 ‘대북 퍼주기’ 논란이 이어져왔다.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특검으로까지 이어진 비밀송금 문제는 엄청난 남북 협력 성과에도 불구하고 평가 자체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일방적이고 공개되지 않는 방식의 편향된 목적으로 추진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간 교류를 지속하는 일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필자가 소속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북한을 알고, 북한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KISTI의 모델사례를 통해 협력의 몇가지 발전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남북협력은 민족적, 국가적 이익의 부합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협은 그 기반에 기술협력의 요소를 갖춰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고, 기술협력은 상호이해를 위한 정보교류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술정보의 교류와 정보지원을 통해 남북협력을 확대하는 일이 기술정보 유통의 국가 기관인 KISTI로서 당연히 해야 할 과제라고 여겨 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남북교류 항목은 북한의 가능성을 두고 선정해야 한다. 최악의 경제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에서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체제 특성 등으로 인해 교류 포인트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북한이 가진 IT 중심의 인재역량, 지식자원 등은 남한이 발굴할 수 있고 계속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 중의 하나다.

 KISTI의 경우 북한의 상대기관인 중앙과학기술통보사를 통해 그들이 가진 지식정보자원을 재발굴하고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북한 학술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 외에 백두산에 관한 총서 형태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을 제작하는 작업이 그 예다.

 셋째, 무엇보다도 남한이 북한을 알아가고 북한이 남한을 알도록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남한이 일방적으로 얻고자 하거나 경제적 이익만을 우선한다면 결코 동남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북한은 그리 경쟁우위에 있지 않다. 같은 민족으로서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북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 교류 자체가 의미있고 당연히 담당해야 할 일이다.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http://www.nktech.net)’의 운영은 좋은 예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북한 관련 과학기술정보가 포괄적으로 제공되고 북한과의 학술교류 행사를 정례화하여 북한과의 인적교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넷째, 남북교류의 원활화를 위해 협력사업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북한과의 공동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연구소, 기업, 단체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폐쇄성으로 교류대상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작 남북 협력사업의 문턱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교류에 관한 정보제공과 실질적 대북채널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과 지원을 밀도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에 맞먹는 조직을 만드는 일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학술적 교류나 기술개발의 공동 수행, 사회문화 교류를 전문화하여 교류, 협력을 지원하는 남북 공동기구를 중국 등에 설립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본다.

 참여정부에서도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화해·협력기조를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대북협력이 이라크전쟁, 북핵문제 및 경제위축 등의 여러 변수가 상존하고 있긴 하지만 올해에도 남북협력의 성과는 기존 이상으로 상회할 전망이다.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다종다양한 남북협력을 위한 시도들을 하게 될 텐데 지금은 기본원칙을 충실히 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서 협력 추진방식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결코 일방적이지 않고 남과 북, 서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