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체간 통합 물결은 계속된다.’
ebn은 최근 일본 히타치-미쓰비시의 비메모리 분야 합병업체 르네사스테크놀로지 출범과 AMD-후지쯔의 플래시메모리 분야 통합 선언을 분석하고,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반도체업계가 제조설비인 웨이퍼 팹의 건설·유지를 위해 끝없이 오르고 있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통합·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세계 반도체업계에서는 팹(FAB)에 기초한 통합디바이스제조업체(IDM)에 힘이 실리면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의 조심스런 퇴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르네사스테크놀로지 아메리카의 다니엘 마호네이 COO는 “최신 설비인 300㎜ 웨이퍼 팹을 90㎚ 테크놀로지 공정으로 돌리려면 70억달러의 매출 규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합 이후 규모의 경제를 갖춘 칩 메이커간 경쟁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규모의 경제=최근 반도체시장에 새 강자 2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메모리 분야에서 일본 히타치와 미쓰비시의 비메모리 칩 사업을 합병해 독립법인으로 탄생한 르네사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76억달러 매출액을 기록, 선두 인텔과 삼성전자에 이어 3위에 올라섰다. 마이크로컨트롤러 분야에선 26억6000만달러를 기록한 지배적 업체인 만큼 영향력 확대는 불 보듯 뻔하다.
마호네이 COO는 “반도체사업이 분사함으로써 보다 공격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며 80년대 일본의 반도체 분야 장악력을 탈환할 잠재력을 갖췄다”며 의욕을 보였다.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는 오는 9월 AMD와 후지쯔가 통합해 출범할 새 회사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통합 전 3위인 AMD와 5위인 후지쯔가 통합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15억달러 매출을 기록하게 돼 11억달러인 삼성전자를 넘어서면서 2위가 된다. CEO인 헥터 루이즈는 “새 통합업체가 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 ‘강력한’ 넘버 2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팹기반 IDM 부상, 파운드리 퇴조=이런 연합전선은 칩 메이커들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IC인사이트의 빌 맥클린 애널리스트는 “세계 산업계는 살아남는 모델을 찾아야 하는 극한 상황”이라며 “단지 늘어나는 제조비용과의 싸움뿐 아니라 (향후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반도체 분야 수직라인 구축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마호네이 COO는 “테크놀로지 개발에서 제품 디자인,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두 갖춰야 비로소 IDM”이라며 “IDM 모델의 힘은 바로 팹”이라고 밝혀 전 생산설비를 갖춘 IDM이 강력한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또 “파운드리가 하나의 수익모델로 지속되기는 하겠지만 하이엔드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IDM 대세론을 강조했다. 실제로 르네사스는 100㎚ 테크놀로지 공정을 가지고 있는 미쓰비시의 파일럿 웨이퍼 라인과 히타치의 300㎜ 트레센티 공장을 주요 무기로 삼을 계획이다.
통합에 따른 몸집 불리기와 규모를 바탕으로 한 IDM 모델이 새로운 시장 추세로 떠오를지 반도체업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