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휴대폰업체들은 중국특수로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중국이 CDMA 시장을 개방하면서 CDMA 종주국인 한국의 휴대폰업체들은 중국에서 밀려드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올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의 로컬업체들이 약진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공급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의 휴대폰 수출은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견·중소업체들은 매출의 80% 이상을 중국시장에서 올릴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업체들이 속출할 수도 있습니다.”(인터큐브 강원희 사장)
한국 휴대폰업체들의 시장 다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지금처럼 중국 등 특정 시장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선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중견·중소업체들은 올해 시장 다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앞으로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구나 중국의 로컬업체들과 대만업체들이 한국의 중견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시장마저 넘보고 있다.
팬택의 이성규 사장은 “한국과 중국업체들의 기술격차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중국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며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국내 휴대폰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다변화에 관한 한 메이저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LG전자의 경우 주요 CDMA 단말기 시장인 한국·중국·북미에선 모토로라·삼성전자와 함께 빅3로 확고히 자리매김을 했지만 전세계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GSM 단말기 시장에선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유럽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로선 IMT2000 등 최첨단 단말기 앞세워 유럽의 사업자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유럽은 노키아·지멘스 등 토종업체들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역으로 성공적으로 진입하면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GSM 본고장인 유럽의 성패는 동남아·아프리카·중동 등 신흥시장 공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LG전자 이호 상무)
삼성전자는 최근들어 아프리카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불모지나 다름없지만 향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팬택과 세원텔레콤·텔슨전자 등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 신규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 지영만 상무는 “신흥시장일수록 시장의 성장세가 빠르기 때문에 진입 초기에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앞으로의 주도권 확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 업체들이 뛰어난 제조기술에도 불구하고 고전했던 이유는 발빠르게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데 있는 만큼 남보다 먼저 신흥시장 개척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휴대폰업체 지역별 비중
업체 한국 미주 유럽 아시아 기타
삼성전자 20 30 20 25 5
LG전자 20 50 1 25 4
팬택 50 0 50 0
세원텔레콤 20 9 3 60 8
텔슨전자 40 0 0 60 0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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