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희망 `무선기술`

 실리콘밸리의 무게 중심이 기존의 PC·인터넷에서 ‘휴대폰’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휴대폰이 전화기능에 PC기능까지 갖춘데다 풍부한 데이터 처리 능력까지 부가되면서 높은 관심을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무선 기술이 정보기술(IT) 업계의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미국 IT 산업의 우수 인력과 투자도 무선 관련 산업으로 몰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 업체 ‘와일드시드’의 창업자인 에릭 엥스트롬은 이 추세를 따르는 대표적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잘 나가던 그는 지난 2000년 퇴사하고 무선 분야에 뛰어들었다.

 미국 IT 분야 경영진과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참여하는 ‘PC포럼’의 개최자 에스터 다이슨도 “무선 시장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며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PC포럼의 PC도 이제 ‘퍼스널 컴퓨터’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플랫폼’(Platform for Communicaiton)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브래드 실버버그도 “이제 PC를 대체할 새 사업을 위한 새 플랫폼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미국 무선통신 시장은 마치 20여년전 PC 시장이 겪었던 것처럼 주도적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기대감속에 업체들이 계속 가세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PC, 소프트웨어, 통신업체들이 혼전을 벌이고 있다.

 MS가 독자 운용체계 ‘스마트폰’을 내놨고 심비안, 팜, 퀄컴 등도 경쟁하고 있다. 선의 자바, 리눅스 등 공개 소스 기반 소프트웨어들도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에만 자바를 탑재한 휴대폰이 7500만대가 출하됐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산업 표준과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다. 또 올해 팔릴 4억5000만대의 휴대폰 중 동영상 e메일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10%도 안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통신업체들이 3세대 주파수 경매에 쏟아부은 1000억달러 규모의 비용도 부담스런 부분이다.

 노키아, MS, 선 등 300여 기업들이 지난해 발족한 ‘오픈 모바일 얼라이언스’는 공통의 규격을 정해 기기와 서비스 업체에 관계 없이 무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경쟁 표준들이 몇년 안에 사라질 것이나 어느 하나가 시장을 완전 장악하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