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케이블TV 표준인 오픈케이블 방식에 따른 업체별 장비의 연동(호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디지털방송시험센터는 최근 케이블TV 디지털화의 국내 조기정착을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오픈케이블 상호운용성 시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시험에는 헤드엔드 3개사, 셋톱박스 5개사, POD(Point of Deployment)업체 3개사, 수신제한시스템(CAS) 4개사 등 국내외 업체 총 15개사가 참여했다. TTA는 해당 업체들이 개발중인 셋톱박스는 일반적인 기능 대부분 구현하고 있으며 POD·헤드엔드 등과의 상호운용성 등을 시험한 결과 참여업체 대부분이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POD 역시 다수의 셋톱박스업체와 CAS업체와의 상호운용성 시험을 실시한 결과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적으로 짧은 개발기간에도 불구하고 오픈케이블 방식 장비들의 개발이 상당한 진척을 보인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국내 케이블TV의 디지털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와 업계는 이번 시험에서 상당수의 장비가 연동에 사실상 실패했으며 시험결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험에서 가장 핵심적인 테스트 분야인 셋톱박스와 CAS 분야의 경우 양방향 방송을 위한 상향채널 확보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셋톱박스 제조사 4개사 가운데 셋톱박스에서 헤드엔드로 신호를 보내는 상향 채널이 가능한 제품은 LG와 휴맥스, 두 제품뿐이며 삼성과 주홍정보통신 제품은 상향채널 확보에 실패했다.
CAS에서는 완벽하게 상향채널이 가능한 제품은 카날플러스 하나에 불과했다. 나그라비전은 상향신호 전송에 실패했으며 이르데토는 아예 작동이 안됐고, NDS도 부분적으로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산업대 최성진 교수는 “삼성과 주홍 등은 미처 표준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업체들이 판매영업에만 신경을 쓰고 연동시험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등 준비상황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또 “방송에 검증이 안된 장비를 사용할 수 는 없다”며 “사업자들 역시 서비스 시가만을 앞당기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기술의 완성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TA측은 이번 시험이 각 제품을 연동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근구 디지털방송시험팀장은 “일부 연동이 안된 제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이들 업체에 대한 보완작업을 거쳐 오는 6월까지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업계는 이번 상호호환성 시험 실패에 따라 오픈케이블 기반의 디지털케이블TV의 상용서비스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정부와 관련기관이 장담했던 오는 6월까지 오픈케이블 인증 계획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못할 전망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오픈케이블의 핵심이 되는 POD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