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부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국내 2차전지 산업의 양대산맥인 삼성SDI와 LG화학 사이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경쟁이 홍보 차원에서 벗어나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과 LG라는 전통의 라이벌 관계를 감안할 때 개발시기 및 양산능력 그리고 세계 유수의 거래선 확보 등의 업적을 놓고 서로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들 두 기업이 최근들어 선의의 경쟁 차원을 뛰어넘어 서로의 업적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깎아내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논란의 진원은 2400밀리암페어(mAh) 개발 및 양산시기에서 시작됐다. 세계 최대 용량인 이 제품은 아직 2차전지 종주국 일본에서도 양산되지 않는 제품으로 개발 및 양산시기는 곧 해당기업의 기술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로 활용되는 만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업측에서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홍보가 그 어떤 재료보다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만큼 삼성과 LG 두 회사는 서로 먼저 양산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2400mAh 원통형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기존 라인을 활용해 생산이 가능한 만큼 양산라인 확보는 그리 중요치 않기 때문에 과열 경쟁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경쟁은 국내 2차전지 산업의 발전과 개별 기업의 성장에 큰 동력원이 된다. 마치 비슷한 크기의 나무들이 좀 더 많은 자양분과 햇빛을 받기 위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나아가 숲 전체가 울창해지는 것과 같다. 그러나 나무들의 지나친 경쟁은 웃자람을 유발, 작은 병에도 견디지 못해 말라죽을 수 있으며 자칫 숲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 2차전지 산업이 산요·소니 등 일본의 생산종가를 제치고 BYD·B&K 등 중국업체들의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삼성과 LG 두 기업이 사소한 것으로 티격태격하는 것보다 상호협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선의의 라이벌이란 결국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하는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