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 KT서 입질 `미운오리`서 `백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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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단 매각협상 불발로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던 두루넷이 초고속인터넷 업계의 역학구도 변화로 인해 ‘캐스팅 보트’를 쥔 ‘백조’로 탈바꿈했다.

 데이콤의 하나로통신 경영권 확보 근접으로 통신3강 구도가 본격화되자 통신사업자들이 서로 두루넷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인수전에 입질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하나로통신을 제외하더라도 최근 인수포기 의사를 밝혔던 데이콤은 여전히 미련을 갖고 있으며 그간 침묵했던 KT가 처음 두루넷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자금력에서는 KT가 앞서나 독과점 문제가 걸려 있고 데이콤은 필요성이 절실하나 자금력이 달린다.

 얼마전까지 구체적인 인수협상을 벌였던 데이콤은 파워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8910억원을 투입,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다. 여기다 두루넷의 부채규모도 7814억원으로 인수과정에서 떠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 투자 여력만 놓고 보자면 KT가 유력하다.

 KT의 두루넷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당장 초고속인터넷 시장에는 점유율 60% 이상의 절대강자가 등장하게 된다. 지난 2월말 현재 KT는 총 512만여명의 가입자규모로 전체 1060여만가입자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두루넷은 130만명 정도로 1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

 데이콤으로서는 파워콤 인수 등에도 불구하고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제대로 뿌리조차 못내리는 형국이 초래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독과점 사업자가 되기 때문에 향후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KT 비전경영실 권행민 상무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면 두루넷 인수가 매력적인 사업확대 방안”이라며 “다만 현재로서는 규제조항뿐 아니라 인수가격 등 여러가지 문제가 산적한 만큼 타당성을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데이콤의 재도전이 성사되면 현재 14만여명의 초라한 가입자규모는 단번에 중소규모 사업자 지위로 올라서며 KT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 파워콤 기간망 인프라와의 시너지 효과까지 고려할 경우 두루넷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진출을 위한 1순위 인수대상이다.

 데이콤 김선태 상무는 “여전히 두루넷 인수를 신중히 검토중”이라면서 “KT의 인수는 결국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주변에서는 또 KT의 구상은 향후 하나로통신이 두루넷을 합병할 경우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방어적인 인수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연구원은 “KT의 인수는 현재 상황에서 데이콤의 반발 등으로 인해 정책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고 만에 하나 가능하더라도 시장지배의 명분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