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선통신시장의 최대 화두로 관련업계가 큰 기대를 건 비동기식 IMT2000(WCDMA)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KTF의 WCDMA 상용서비스가 4분기로 미뤄지고, SK텔레콤의 WCDMA 관련 투자가 당초 계획의 2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되는 등 WCDMA시장에 먹구름이 자욱하기 때문이다.
3세대 이동통신이 성공해야 통신업계의 숨통이 트이고, 이를 계기로 침체된 IT경기가 살아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되는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동통신사의 WCDMA 상용서비스 연기 및 투자 축소가 장비와 단말기 등 후방산업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를 IMT2000서비스 활성화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겠다고 공공연하게 강조해온 이동통신사들이 이처럼 WCDMA 상용서비스 시기를 연기하고, 투자 규모 축소에 나선 것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WCDMA시장에 대한 메리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KTF가 6월부터 실시키로 한 WCDMA 상용서비스를 서비스 수준과 시장상황을 내세워 4분기로 미루고, SK텔레콤의 WCDMA 관련 투자가 5200억원에서 2000억원대로 축소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dma1x EVDO 기반 서비스와 3세대 WCDMA서비스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WCDMA서비스 연기 및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것은 장비와 단말기 특수가 실종되는 등 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WCDMA 관련 투자를 늘리려는 정부정책과도 상충하기 때문이다.
KTF는 여건상 WCDMA 상용서비스 시행 시기를 미루고 있지만 WCDMA에 대한 선행투자를 통해 차별화를 모색한다는 당초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WCDMA 관련 투자액을 당초 계획대로 2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WCDMA 투자금액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SK텔레콤의 경우 최종 장비공급가격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현재 투자계획 금액으로는 서울 전역에 망을 까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서울 전역에 서비스하려면 대략 600개 정도의 기지국 장비(NODE-B)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는 200∼300개밖에 설치할 수 없다. 615개 기지국을 구축하기 위해 KTF가 잡은 금액이 2250억원이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결국 이들 양사의 투자계획은 서울지역 상용서비스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투자 축소를 놓고 당분간 시험서비스만 제공하고 상용서비스는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정통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전국 망서비스 시기를 오는 2006년으로 늦췄지만 WCDMA 도입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통사업자들의 상용서비스 연기 및 투자 축소가 3세대시장 회의론으로 이어질 경우 WCDMA를 사실상 견인해온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신뢰성에 금이 가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우리의 꿈도 접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WCDMA시장의 양대 축인 국내 통신장비업계의 거센 비난과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WCDMA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