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업계 새 강자인 르네사스테크놀로지가 올해 900억엔(약 9000억원)의 설비투자를 감행하며 실세 회복에 나선다.
니혼게이자이신문, EBN 등 외신에 따르면 르네사스는 올해 300㎜웨이퍼 공장에 250억엔을 투자하는 등 설비투자에 900억엔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통합법인으로서 처음 맞는 2003회계연도 매출 9000억엔(약 9조원)과 경영이익 흑자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달초 정식 출범한 르네사스는 지난해말 히타치와 미쓰비시가 D램을 제외한 반도체 전분야를 통합해 세운 종합반도체업체(IDM)다. 규모에서 반도체시장 인텔과 삼성전자를 잇는 3위인 새 강자. 특히 300㎜웨이퍼 팹(Fab) 투자를 자체 소화할 수 있는 매출 규모인 70억달러를 넘게 되면서 주목받아 왔다.
◇투자는 900억엔=900억엔의 투자는 히타치와 미쓰비시가 지난해 반도체에 투자한 금액의 합계보다 2배 가량 많은 금액이다. 특히 300㎜ 웨이퍼 팹에 투자를 집중해 자회사인 트레센티테크놀로지(TTI)의 일본내 팹에 250억엔을 할애한다. 이를 통해 내년 3월까지 월 생산량을 기존의 7000장에서 9000장으로 1차 업그레이드한다. 르네사스는 앞으로도 300㎜웨이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뜻을 명확히 했다.
기존 팹들에 대한 미세가공설비에 650억엔을 투자해 공정 효율화에 나선다. 특히 미세가공회로선폭 0.13마이크론인 옛 미쓰비시제품을 TTI에 모으는 등 제품별 집약화에 힘을 기울인다.
◇매출은 9000억엔=르네사스는 올해 반도체 수요가 전년에 비해 5% 정도 늘어날 것이란 전제 아래 9000억엔 매출과 경영이익 흑자를 목표로 한다. 특히 이 회사는 자사가 장악하고 있는 분야인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중심축으로 삼아 시스템LSI(대규모집적회로) 시장에서 돈을 벌겠다는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올해도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나가사와 고이치 회장 겸 CEO는 “올해는 메모리가 고전하겠지만 플래시 메모리의 수요 성장과 함께 내년에는 메모리 분야도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토 사토루 사장 겸 COO는 “르네사스는 휴대폰 컬러디스플레이의 LCD 드라이버 시장을 60% 장악하고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CNS)용 반도체에서 1위, IC카드시장 2위 업체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르네사스는 또 2005년 매출 1조엔 이상, 매출대비 경상이익률 10% 달성, 2007년 주주자본이익률(ROE) 20%를 목표로 내세웠다.
◇진군 깃발에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르네사스의 최우선 과제는 흑자전환이다. 지난해 히타치와 미쓰비스 반도체부문은 둘 다 적자의 수렁에서 헤맸다. 따라서 합병회사인 르네사스로서는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첫 해 매출은 마이크로컨트롤러 분야가 50%를 차지하고 RF(Radio Frequency)·디스크 등이 30%, 플래시메모리·S램이 나머지 2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과제는 르네사스의 방향 제시다.
나가사와 회장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사회에서 존재감을 가지는 반도체업체가 되는 것”이 르네사스의 나갈 방향이라고 밝히며 “이를 위해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중심으로 모바일, 자동차, 디지털가전, 네트워크PC 등 4개 시장을 주공략 목표로 삼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IT업계가 향후 최대 전략지로 모바일, 자동차, 디지털가전 등을 주목하는 가운데 르네사스는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업체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르네사스가 ‘유비쿼터스’를 기치로 내건 첫 반도체업체가 되는 셈이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