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부서의 내부역량 강화

◆이규호 에피토미 사장 ghlee@epitomie.com

 

 얼마 전 한 기사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시즌 첫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의 개막일자가 기업 스폰서를 찾지 못해 5월로 연기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한 켠에서는 기업의 현금보유액이 4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기사도 실렸다. 각 기업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전, 북핵 등의 영향으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현금을 보유하기에 바쁘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동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다.

 이처럼 국내외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환경에서 과연 기업이 IT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경기가 활성화되고 벤처는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부르짖던 시절에는 ‘IT는 곧 비즈니스, 비즈니스는 곧 IT’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호재와 더불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솔루션 모델이 등장했으며 많은 IT회사들이 소위 ‘스타’로 등극(?)해 일반 서민의 단잠을 뒤숭숭하게 했던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그러나 응용기술과 원천기술의 명암은 오래지 않아 극명하게 드러났고 역시 원천기술만이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벤처미래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좋은 교훈과 체질개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대한민국의 IT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안에서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인정할 정도다. 외국의 선진 IT에 대한 테스트베드로 대한민국을 선정할 정도로 기술적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정비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IT수준이 외국의 수준만큼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론을 말하자면 기술수준은 비슷하지만 프로세스와 조직운영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IT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유형의 IT 자산과 무형의 IT 지원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즉 기업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높은 수준의 기술요소(무형의 자산:하드웨어,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인프라스트럭처)와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세스 및 조직구성에 따라 고객에게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가 있다.

 전통적으로 국내의 IT는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한 기술적 뼈대를 만들고 성장시키기 위한 엔진은 잘 만들고 도입해왔지만 그 엔진을 오랜 시간 원활하게 구동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닦고, 조이고, 기름칠을 위한 프로세스와 절차를 만들고 그에 따른 조직운영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 물론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문서와 계량화된 측정결과를 중시하는 문화적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기술적 요소와 프로세스, 조직을 유기적으로 조합,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예를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유기적 운영을 위한 프로세스나 품질모델은 외국의 표준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업 전분야에 걸쳐 적용되는 ISO9000 품질모델, 많은 외국의 프로젝트 방법론, 근래 소프트웨어 개발 품질인증제로 각광받고 있는 CMM(Capability Maturity Model)과 SPICE( Software Process Improvement Capability Determination), IT서비스관리를 위한 전세계적인 교본이라 할 수 있는 ITIL(IT Infrastructure Library) 등이 그 예다.

 특히 ITIL은 서비스관리분야에서 전세계적인 표준으로 IT서비스를 지원, 구축, 관리하기 위한 일련의 IT 프로세스 관리 프레임워크로 현재 전세계 많은 기업으로부터 유효성 및 효율성을 검증받아 전세계 기업의 크기나 사업분야에 관계없이 ITIL 프로세스를 구축, 사용중인 품질모델이다.

 ITIL과 같이 고객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례를 참조하되 IT, 프로세스, 조직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IT의 경쟁력을 높이고 선진 IT모델로 재탄생하기 위한 기업 내 IT부서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