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7부 능선` 인터넷

◆신상철 한국전산원 국가정보화센터 단장 ssc@nca.or.kr

 두세달이 멀다하고 새로운 PDA와 휴대폰 등이 발표되고 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구매를 할 것이다. 부착형에서 내장형으로, 또 CDMA에서 IMT2000 등으로의 변화가 있을 때 구입을 고려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여러번의 기술변화가 있더라도 신제품이 출시된 후 누구나 사용하기 적절한 수준, 즉 보편적인 서비스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수준에 달하기 전까지의 제품구매는 대부분 부질없는 충동구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지금의 인터넷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보는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아니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현재의 인터넷은 긴 시간의 단말기 부팅시간과 쇼핑몰에서 화면 하나 바뀌는 데도 10여초가 소요되고 실시간으로 고품질의 VOD 서비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 보급된 40Mbps급대의 VDSL이라도 단대단 실시간서비스는 수백Kbps 전송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의 인터넷은 태생 자체부터 best effort형으로 고품질의 서비스 제공이 근본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볼 때 서비스의 품질(QoS)를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역폭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렇지만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무한정 대역폭을 올릴 수도 없고 또 웬만큼 대역폭을 확보해도 피크치 때문에 실시간 전송은 항상 이룰 수 없는 꿈이 돼왔다. 경험에 의한 통계치를 보면 실시간 무손실 전송은 대개 20∼30% 이내의 트래픽만 흘러야하고 70% 이상을 낭비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어느 한순간이라도 트래픽이 집중되는 경우는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신뢰기반의 고품질 인터넷 수준을 근본적으로 확보하려면 네트워크상에서 ‘정책기반 프로토콜(policy based protocol)’을 통해 관리돼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가지의 기법이 나왔으나 RSVP는 브로드밴드 네트워크에 적합하지 않아서 대부분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비동기전송모드(ATM)는 QoS를 보증할 수 있으나 대개의 경우 서비스업체 백본에서만 높은 수준의 품질이 보장되고 최종 사용자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해 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중프로토콜 레이블 스위칭(MPLS) 기술이 나오게 되었다. MPLS는 QoS를 보증하면서도 차별화된 서비스 우선순위 체계를 제공해준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음성, 데이터 스트리밍 등과 같이 실시간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서는 MPLS가 고품질의 서비스 수준을 보증하는 핵심기술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ATM 기반의 MPLS방식은 ATM기술의 QoS, 보안성과 같은 특성과 MPLS 기술의 고속성, 확장성 및 범용성 등의 장점이 잘 결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ISP업계는 ATM이 QoS와 보안성이 뛰어나지만 IP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점과 장비가격이 고가라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해왔다. 반면 라우터는 대용량 IP 트래픽 처리의 우수성과 ATM에 비해 저가라는 점이 부각됐다. 업계는 이런 ‘현실론’을 앞세워 일반 공중망에 라우터를 집중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ATM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트래픽 처리능력과 장비가격이 어느 정도 라우터에 비교될 정도의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다. 만약 라우터에 대한 편애가 조금 약했고, 국내 제품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었더라면 작년에 ATM/MPLS가 도입되었을 것이고 올해 인터넷 대란은 사실상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는 비록 인터넷 대란을 치르는 아픔을 맛보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작년 9월에 ATM/MPLS 기반의 ‘고품질 인터넷망 구축 및 서비스 제공계획’을 수립해 작년 말에 서울과 대전·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5개 주요 지역에 ATM/MPLS 기반의 고품질 인터넷 시범망 구축을 완료하는 등 나름대로 인터넷 품질보증을 준비해 오고 있었다. 현재 시범이용기관을 대상으로 품질보장형 인터넷서비스, VPN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며 이번달 말에는 시범서비스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다. 시범서비스가 완료되면 올 하반기에 ATM/MPLS 기반의 고품질 인터넷망을 통한 전국적인 상용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내년 이후 공중망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고속성, QoS 및 보안성 등이 보장되는 인터넷 기반의 전자정부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보급하면 국가사회 전반의 정보화는 물론 고품질 인터넷 장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의 인터넷은 7부 능선에 걸려 있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인터넷을 통한 각종 고선명, 고품질의 영상, 음악을 인터넷상에서 보편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정상에서 볼 수 있기를 학수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