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 통합구매부서 뜬다

 텔슨전자(대표 김동연)는 최근 중국의 휴대폰 공급과잉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3배 가량 늘어난 2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휴대폰 시장의 호황으로 퀄컴 칩 등 핵심부품의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구매조직을 크게 강화한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텔슨전자는 올해 초 생산본부 소속인 구매부를 통합구매본부로 승격시키고 12명이던 구매부 인력을 20명으로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통합구매본부는 올해 중국 휴대폰시장의 공급과잉을 미리 예측하고 자재관리를 탄력적으로 가져갔다. 덕분에 텔슨전자는 스탠더드텔레콤 등 자재관리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견·중소업체들과 달리 효과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텔슨전자 이민동 통합구매본부장은 “재고관리에 대한 예측시스템을 가동한 결과 올해 중국 장의 휴대폰 공급과잉 사태를 미리 예견할 수 있었다”며 “2세대 모델을 조기에 단종하고 3세대 휴대폰으로 수출 품목을 발빠르게 전환했다”고 말했다.

 휴대폰업체들이 구매조직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휴대폰의 제품 사이클이 짧아지고 시장이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부품 등 구매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 부품 부족 사태를 겪은데 이어 올해 휴대폰 공급과잉으로 고전하면서 구매부서가 영업·마케팅과 함께 핵심부서로 떠오르고 있다.

 팬택계열(대표 박병엽)은 지난해 팬택과 계열사인 팬택&큐리텔의 통합작업을 벌이면서 가장 먼저 구매부서의 통합을 단행했다. 회사도 올초에는 대기업 출신의 임원을 통합구매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구매부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팬택계열은 통합구매본부를 통해 CDMA 및 GSM 단말기의 주요 부품을 공용화, 원가를 크게 절감하고 있다. 팬택계열 이동근 통합구매본부장은 “전세계 휴대폰시장의 가격경쟁으로 제품 판매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효율적인 구매를 통해 원가를 전년대비 15%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합구매는 세계적인 추세다”고 덧붙였다.

 세원텔레콤(대표 홍성범)은 최근 구매본부를 국내와 해외파트로 나누고 생산을 담당하는 김포공장에 국내 구매파트 직원 10여명을 파견했다. 구매를 통해 생산을 컨트롤하려는 의도다. 세원텔레콤 구매본부 관계자는 “부품을 직접 공급받는 생산공장의 구매조직을 둬 휴대폰 시장의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생산 상황이나 제품 수정계획을 구매쪽에서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매부서에 대한 최고경영자(CEO)들의 지원도 전폭적이다. 팬택계열 박병엽 부회장을 비롯한 박정대 팬택계열 총괄 사장, 이성규 팬택 사장, 송문섭 팬택&큐리텔 사장 등 팬택계열의 CEO 전원이 최근 일본의 주요 부품업체들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한남수 텔슨전자 사장도 LCD 등 주요 부품을 수입하는 일본의 공급선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남수 텔슨전자 사장은 “메이저업체와 달리 중견업체는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구매의 노하우가 중견업체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