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로제타넷 대책` 서둘러야

 국제표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표준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면 단순제조 전문국가로 전락하게 되고, 제정된 국제표준을 외면할 경우 글로벌기업과의 대등한 경쟁은 물론 혼신의 힘을 기울여 개발한 상품의 판로가 막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국제표준활동에 앞장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제표준이 제정되어야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제표준이 기업과 국가경쟁력의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제표준에 대한 우리 기업 및 정부의 대응은 느긋한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로제타넷’이다. 전자상거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향후 모든 산업에 적용하게 될 ebXML과의 연계 등을 고려하면 걱정이 크다.

 잘 알다시피 산업분야의 표준은 두가지 형태로 책정된다. 국제표준기구 주도로 표준을 제정한 후 산업분야에 적용시키는 것과 시장논리에 의해 보급된 표준을 국제표준기구가 채택하는 것이다.

 지난 98년 전자산업부문에 개방형 전자상거래 표준 프로세스를 제정하기 위해 인텔 주도로 결성된 표준협의체이자 표준 프레임워크인 로제타넷은 후자다.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표준으로 현재 전세계 전자·반도체·솔루션 등 전자산업 관련 450여개 기업이 기술 및 정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년 12월에는 로제타넷코리아가 설립되면서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세계 각국의 주요 전자업체가 채택하고 있는 로제타넷을 우리만 외면하고 있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로제타넷을 표준으로 채택한 인텔·소니·노키아 등이 로제타넷 적용을 새로운 거래조건으로 요구할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로 소니는 208개 업체와, 인텔은 89개 업체와의 거래에 로제타넷을 활용하고 있으며, 로제타넷을 주도한 인텔의 경우 오는 2006년까지 전자문서교환(EDI)시스템을 로제타넷으로 완전 교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로제타넷 표준화에 나서고, 대만이 3200만달러를, 싱가포르가 1728만달러를 로제타넷 보급에 투입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전자업계에 국한되어 있는 로제타넷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IT와 자동차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국내 산업 전분야의 국가경쟁력이 뒤처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모든 산업에 적용하게 될 ebXML과의 연계다. 가장 이상적인 전자상거래 표준모델이지만 기존 시스템과의 충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상용화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ebXML은 장기과제로, 로제타넷 표준화 및 기술개발은 단기과제로 삼아야 한다.

 표준분야가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태를 안일하게 생각해 로제타넷 등 국제적인 표준화 움직임에 뒤떨어질 경우 또 다른 기술종속을 면할 수 없다.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박광선위원 kspark@etnews.co.kr>